매일신문

[사설] 여성 가구주 급증이 의미하는 것

우리나라 5 가구 중 1 가구의 생계를 여성이 책임지고 있다는 현실은 무얼 말해주는가. 통계청이 내놓은 '200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생계문제로 힘겨워하는 여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 家口主(가구주)는 올해 322만 명으로 전체 가구주의 19.9%를 차지한다. 1975년의 85만명(12.8%)에서 3.8배 늘어난 수치다. 이를 가정 내 여성의 지위 강화, 여성의 경제력 증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여성 가구주의 절반 이상이 독신자 및 이혼 급증에 따른 1인 가구에서 비롯된다. 절박한 생계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들도 이중고'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남성 家長(가장)의 조기 퇴직,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생업 전선에 내몰리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여성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이들 중 상용 근로자는 27%(남성 41.6%)에 불과하다. 41%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임시직'일용직이다. 남성과 비슷한 시간(96.7%)을 일하고도 평균 임금수준은 남성의 63.4%에 그친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의 63.7% 수준보다도 오히려 낮아졌다.

물론 최근 외무고시에서 여성 합격자가 사상 최고로 67.7%를 차지했듯 高試(고시)의 여성 돌풍과 전문직 여성 진출 증대 등 질적인 변화도 적지 않다. 그러나 취업 현장의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확산되는 대규모 계약 해지 및 간접 고용 확대 대상 또한 비정규직 여성들에게 집중돼 있다. 여성 취업에도 兩極化(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인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