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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에세이]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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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 요즈음은 입시생이라도 될라치면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 모녀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고삼 입시생인데 얼굴, 등, 앞가슴에 산재한 여드름 때문에 내원하였다. 딸의 성화에 끌려 온 듯한 엄마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나 온화한 얼굴로 표정 관리 하려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원장님 입시생이니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가 심해 그렇지요? 수능 끝나고 치료 하는 것이 좋겠지요? "

딱히 그렇지는 않다. 유발 악화 요인은 있어도 치료를 하는 것이 염증의 확산도 막고 흉터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의학적 소신을 조금 굽히고 엄마의 편을 들기로 했다.

"지금은 수험생이니 간단하게 약 먹고 발라 현상유지한 후 수능 시험치고 본격적으로 치료 하는 것이 효율적이죠. "

"아니요! 원장님 내 친구는 이 병원에서 스킨케어 한달 받고 깨끗이 나았어요. 저도 그렇게 해주세요"

매주 한 번씩 오려면 학교 야간 자습을 빠지니 무리가 있다고, 약만 타가지고 가자며 만류하는 엄마의 말은 허공에서 맴돌 뿐이다.

"엄마 말대로 하자, 원장님이 좋은 약 처방해주마"

그러면서 인생의 여러 시기에서 그 때마다 필수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있는데 시기가 무척 중요하다고 어줍잖은 인생관을 몇 마디 덧 붙였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엄마는 신이 난 듯 딸을 타이르며 나와 번갈아 가면서 인생 설교(?)를 했다. 그 딸은 진료 받으러 왔다가 졸지에 두 명의 잔소리꾼 엄마에게 사면초가가 되고 말았다. 딸은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고 자리를 박차려는 듯 엉덩이를 반쯤 들고 있었다.

나는 알아차리고 말문을 닫았는데 엄마는 분위기 파악 하지 못하고 딸에게 계속 애정 어린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딸이 일어나면서 "너나 잘 하세요" 라며 엄마를 향해 내뱉는다. 설마 딸이 엄마에게 했었던 말일까? 영화에서 예쁜 이영애가 얘기하던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내 귀를 의심했다.

정현주(고운미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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