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의 危機? 구미·대구의 위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덜컥하는 것일까. 최근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마른 수건 쥐어짜기가 심상찮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공장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구미 지역 상당수 2'3차 협력업체가 폐업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구미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가 적잖은 대구권 경제에까지 타격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 5월 휴대전화 공장 베트남 이전설이 불거질 당시 삼성전자는 중장기 경영전략의 하나로 베트남 공장 신설을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저가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베트남 등지를 고려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글로벌 아웃소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해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의 전략 변화를 확실하게 예고했다. 실적 악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휴대전화 공장 해외 이전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이 분명하다.

삼성이 아웃소싱을 강화하면 국내 협력'부품업체들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연간 8천만 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생산과 수출은 구미공단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20조 원을 상회하는 매출액은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과 맞먹거나 능가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구미공단 내 다른 대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여파는 지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단순한 감원이 아니라 중장기 경영전략과 맞물린 사업재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김천'칠곡'군위 등지에 산재한 구미공단 대기업의 1~3차 협력업체는 2천여 개에 이르고 가내공업까지 포함하면 협력업체 수가 3천여 개에 달한다. 따라서 구미지역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이들 협력업체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벌써 그 여파가 협력업체로 이어지면서 구미지역에선 대규모 실직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대구시는 마냥 불구경이다. 구미 경제의 위기가 '강 건너 불'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구미와 대구는 이와 입술의 관계다. 그렇다면 경제통합을 입으로만 외칠 게 아니라 제대로 실천하라. 구미시도 혼자 버둥거려봐야 한계가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에 협조와 자문을 구하는 게 옳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