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찬 여름방학 보내기)두 초교생의 계획

바닷가로 갈까…도서관으로 갈까

▲ (사진 위로부터)문태인, 구동훈 군.
▲ (사진 위로부터)문태인, 구동훈 군.

4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소년수련관에서 만난 문태인(대청초교 2년) 군은 막 한 시간 30분짜리 합창반 연습을 마친 참이었다. 어머니 김주영(35) 씨와 함께 자리에 앉은 문 군은 지난주 천문대에 다녀온 얘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영월의 별마루 천문대라고 했다.

▶배낭 메고 체험 학습 떠나요

천문대 실내 영상관에서 의자에 누운 채 감상한 별자리 시뮬레이션은 진짜 별자리 못잖게 흥미로웠다. 영상관 천장에 별자리를 비춰주는 동안 각 별자리에 얽힌 로마 신화 이야기가 구내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천문대 가는 길에 단양의 한 선사시대 박물관에 들렀는데요, 맘모스 모형이나 선사시대 석기 유물을 볼 수 있었어요. 책에서 봤던 것을 실물로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태인이는 다양한 체험 학습으로 이번 여름방학을 보낼 계획이다. 서해안 갯벌에 가서 게도 잡고 강원도 양구항에도 간다. 벌써부터 짭짜름한 바다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다고 했다. 방학을 체험활동으로 채우기로 작정한 것은 부모님의 뜻. 어머니 김 씨는 지난 여름방학 때 학원으로만 아이를 보낸 것이 못내 후회된다고 했다.

"둘째(4세) 때문에 가족 외출이 어려웠어요. 솔직히 다른 엄마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학원에 보냈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인이네는 거의 매주 야외로 나간다. 여행은 아이를 위한 체험활동이 가능한 곳으로 골랐다. 지난 달에는 경주 밀레니엄 박물관에 다녀온 것이 태인이에게 퍽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화랑 분장을 한 배우들이 말을 타는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행사장을 돌면서 왕관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칠보공예나 도자기 만드는 법도 지켜봤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얼마전 단양에 간 길에는 신라 적성비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산을 오르기도 했다. 김 씨는 이웃 아주머니들이 이런 태인이를 '촌애'라고 놀린다며 웃었다.

남들 다 가는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불안하지 않을까. "저희 애도 학원에 가요. 영어는 격일로 학원에 가고 매일 수영과 태권도를 배워요. 운동이 우선이죠." 영어, 미술, 피아노, 바둑, 수학 학습지 등 거의 다 시켜봤다는 김 씨. 하지만 얻어진 결론은 아이 때 마음껏 뛰어놀면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아주 장거리가 아니라도 좋아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가 원하는 곳에 함께 가주세요."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보내요

4일 오후 평소처럼 효목도서관을 찾은 구동훈(동천초교 6년) 군은 어린이 열람실에서 대출할 책을 고르고 있었다. "동훈이는 어린이 가운데 보기 드문 도서관 광"이라는 도서관 직원의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을 도서관에서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보였다.

동훈이는 효목도서관이 5월부터 진행 중인 독서 마라톤 대회 주자다. 내년 2월까지 4만 쪽을 완독하는 것이 목표인 이 대회에서 동훈이는 2개월 만에 절반에 해당하는 2만 쪽, 110여 권의 책을 읽어냈다. 읽은 책마다 100자평을 써 도서관으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허투루 읽은 책은 없다. 당연히 이번 여름방학 최대 목표는 나머지 2만 쪽을 돌파하는 것이다.

"평소 좋아하는 역사 분야 책을 많이 읽고 싶지만, 어머니는 편식을 하면 안 된다며 여러 분야 책을 권하세요. 역사 다음으로 좋아하는 과학 책을 좀 더 읽고 싶어요."

동훈이가 이렇게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효목도서관이 팔공산 대구학생수련관에서 주최한 독서캠프에 다녀올 정도로 학교 못지않게 도서관을 좋아한다.

책을 읽을 때는 어머니 설거지하는 소리나 동생의 바이올린 연습하는 소리도 도무지 들리지 않을 만큼 책에 푹 빠지는 편이다. 동훈이는 "최근 읽은 것 중에는 칼의 노래와 연개소문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두꺼운 책이나 글자가 빽빽한 책도 좋아하는 분야라면 결코 꺼리지 않는다.

동훈이는 이번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역사논술이나 영화로 논술하기 강좌를 수강하고 싶다고 했다. 오전 6시 30분부터 검도학원에서 운동을 하고 오전 9시 30분까지 도서관에 도착, 오후 2시부터 영어 학원과 수영장에 다니는 것이 이번 여름방학 동훈이의 생활계획표다. "제 소원은요,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하루종일 책만 읽는 거예요." 동훈이는 한아름의 책을 안고 씩 웃었다.

글·사진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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