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출신 개그맨들의 '서울 나들이'

"서울말은 끝이 올라간다 카데예"

'쭉쭉쭉, 쭉쭉쭉', '개미 퍼먹어', '좀 도와주십쇼'.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서울나들이' 코너를 통해 국민 유행어가 된 말이다. '서울나들이'는 투박한 경상도 청년 2명이 취직을 위해 어눌한 표준어를 쓰는 장면을 코믹하게 그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너에 출연 중인 화제의 주인공들은 이동엽(28), 이광채(28), 박영재(22) 씨. 이들은 모두 대구 출신이다. 이동엽, 박영재 씨가 대구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반면 이광채 씨는 부산에서 학교를 다닌 것이 유일한 차이.

'서울나들이'를 기획하고 코너를 이끌고 있는 이동엽 씨는 대학 전공(중앙대 기계공학)만 보면 개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것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개그맨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학창 시절, 삼삼오오 모여 얘기할 때 늘 대화를 주도했습니다. 행사가 열리면 무조건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막상 무대에서는 생각했던 것만큼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영웅심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는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그맨이 되기 위해 박준형, 정종철 등을 배출한 '스마일매니아'에 들어가 개그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곳에서 이광채, 박영재 씨를 만났다.

이동엽 씨는 2005년 8월 '웃찾사'에 합류했다. 몇몇 코너에 출연했지만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여차하면 미끄러지는 개그계의 냉혹한 현실을 실감한 그는 대구 출신인 자신만의 강점을 살린 사투리 개그를 준비, 먼저 대학로 공연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기를 눈여겨본 웃찾사 PD의 권유로 '서울나들이'가 전파를 타게 됐다.

'서울나들이'는 정해진 대사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틀에 박힌 개그 대신 현장감 있는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상당 부분 애드리브로 이뤄진다. 이동엽 씨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박영재 씨는 "동엽이 형 순발력 하나는 최고"라며 "서울나들이로 물 만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동엽 씨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리고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이제 얼굴이 조금 알려졌을 뿐입니다. 요즘 가장 신난 분은 아버님이죠.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데 아들 칭찬하는 주변분들 대접하느라 커피값이 쏠쏠히 나갑니다."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요즘 머리가 많이 아프다. 개그 코너 인기가 아무리 길어도 1년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 지난 2월 초부터 방송된 '서울나들이' 코너를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새로운 코너 준비로 생각의 여유를 잠시라도 내려놓을 틈이 없다. "1, 2달 후에 서울나들이를 내릴 예정입니다. 영화, TV,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전방위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습니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기획 회의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개그맨으로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는 이동엽 씨는 또 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다. 대구 출신 방송인 김제동 씨와 같은 MC가 되고 싶은 것. "쉬운 일이 아니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꿈은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MC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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