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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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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초 만주 일본군 3명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부대 진로를 막고 있던 철조망 폭파가 임무였다. 하지만 병사들은 도중에 일이 꼬이자 그냥 돌아왔다. 질책당해 할 수 없이 다시 출발하고도 자력으로 일을 완수하지는 못했다. 목표물에 도착할 즈음 갖고 있던 폭탄이 터져 버린 탓이었다. 그러나 신문들은 그들을 자살특공대로 미화했고, 군부는 대대적인 선전전에 그것을 악용했다.

2003년 3월 미군의 이라크 침공 사흘 뒤, 20살 난 미 여군 제시카 린치 일병이 포로가 됐다. 적군 기습에 놀라 미군 자동차들이 서로 들이받는 바람에 크게 다친 채 붙잡힌 것이다. 하지만 제시카는 다른 대원들이 모두 살상됐는데도 탄환이 떨어질 때까지 싸우다 총에 맞아 포로가 된 것으로 각색됐다. 이라크군 병원에 입원돼 치료받던 중 경계병이 없는 사이 들어간 미군에 의해 구출됐는데도, 심하게 고문당하다 영웅적인 특공작전 덕분에 구출된 것으로 변색됐다.

2004년 4월에는 미식축구 스타 팻 틸먼이 아프간 전선에서 목숨을 잃었다. 원인은 동료의 오인 사격. 하지만 그는 다른 부대 구출을 위한 특공대를 지휘하다 적군에 의해 피격 사망한 것으로 발표됐다. 틸먼이 360만 달러의 연봉을 마다하고 2001년 말 자원 입대해 미국인의 애국심에 불을 질렀던 병사여서 그 각색 결과는 더 자극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공의 껍질은 결국 벗겨지기 십상이고 진실은 언젠가 드러날 힘을 지니는 법. '육탄3용사' 스토리를 창작했던 일본의 신문은 수십 년 지난 그 일을 지난달 13일 사죄했다. 중국 침략 초기의 그 영웅 조작을 통해 장래 자살 특공대가 태어날 토대를 깔았다는 것이다. '제시카 일병 구하기' 각본 제작에 동참했던 미국 신문 역시 이라크전 초기의 애국심 조작을 인정했고, 지난 4월에는 미 하원이 진실 규명 청문회까지 열어 제시카와 틸먼 사건의 허위성을 확인했다.

영웅은 험준한 산줄기를 넘느라 말이 아닌 당나귀를 탔지만 화가 다비드는 그걸 백마로 그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을 완성했다고 한다. 각색도 그 정도라면 양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북공정이란 걸 통해 중국이 역사를 날조한 데 이어 러시아가 스탈린 시대까지 미화하고 나서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우리 대선 판의 진실 게임도 께름칙하긴 마찬가지이고.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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