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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다) 2006 '조화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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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지음 류시화 엮음

밀린 빨래를 하였는데 높은 습도로 잘 마르지 않고 오랜만에 듣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훌쩍 큰 딸애 외에는 그다지 해 놓은 일 없이 곧 50이 되는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럴 때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은 법정 스님의 글귀들이다. 자연주의 사상가를 넘어 진실한 실천가인 법정 스님은 지친 나에게 휴식과 행복과 그리고 자연의 사랑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여유를 안겨준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지난 해 법정 스님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스님의 글과 법문들 중에서 뽑은 130여 편의 글을 류시화 시인이 엮었는데 이전의 산문집보다 읽기가 쉽지만 깊이있는 명상으로 안내하는 잠언집이다.

'세상과 타협하는 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는 일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모든 것은 있을 자리에 있어야 살아서 숨쉰다.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숲이나 나무 그늘에 들면 착해지려고 한다.'

학벌과 입시만이 존재하는 교육, 다국적기업의 숨막히는 경쟁, 권력을 위해 권모술수를 아끼지 않는 정치, 주부와 농민도 사로잡는 주식시장, 소비를 위한 끊임없는 유혹의 일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자유, 행복, 진리의 길은 소유로부터의 자유, 흙과 가까히 함, 단순함과 간소함, 홀로 있음과 침묵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음을 아주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일러준다.

고급아파트에 살지 못해서 화난 이들, 꽉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을 읽고도 아직 물건을 정리하지 못한 이들, 여름 휴가길 교통체증에도 짜증나지 않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특히 간디와 법정스님을 존경한다는 한 대선후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안경숙(닥터안자연사랑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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