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석의 허름한 단관 극장, 그런 곳이 아직 대구에 남아있다. 완벽한 시설의 멀티플렉스에 둘러 싸여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서히 흑자 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것도 예술영화전용관이 말이다.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 이야기다.
동성아트홀이 지금처럼 자리잡은 데에는 극장과 관객의 힘이 크지만 남태우(41) 씨를 빼놓을 수 없다. 남 씨의 직함은 꽤 여러 가지다. 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대구시네마테크 대표, 예술영화전용관 프로그래머….
이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뚝심있게 지켜온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다. 단관극장으로 힘겨워하고 있는 동성아트홀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만들자고 제안,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그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한 해 동성아트홀을 찾은 관객은 2만 여명.
한 해 120편이 넘는 세계 각국의 좋은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영화단체와 상영주체, 관객이 삼위일체가 돼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는 영화관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관객이 전년 대비 3배나 늘었어요. 부산시는 예술영화전용관을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대구는 아무런 지원이 없거든요. 시설이 열악하지만 동성아트홀을 찾는 관객이 많아진다는 것은 다양한 영화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거예요."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는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지하철 참사를 다룬 '메모리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상어',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의 역사를 담은 '아스라이' 등은 최근 대구에서 제작된 장편독립영화들이다. 이처럼 꾸준히 장편독립영화를 찍어내는 도시도 흔치않다.
하지만 많은 영화인들이 대구를 떠나고 있다. "대구에서 제작하려 애쓰지만 제작 여건이 안돼 결국 부산으로, 전주로, 서울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지자체의 무관심이다. "매년 협회에서 개최하는 단편영화제에 500여 편의 영화들이 몰려와요.
이 가운데 최소 100여 편은 관객들이 볼만한 재밌는 영화입니다. 요즘 독립영화들은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거든요. 그런 영화들을 시·군의 유휴 시설에서 상영한다면 극장 없는 군 단위 지역민들에게도 큰 자양분이 될텐데 지자체들은 그것을 왜 시도하지 않을까요?" 그가 되묻는다.
대구 역시 '문화산업을 육성한다'고 강조하지만 결국 속빈강정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예산을 쏟아붓는 일회성 축제보다 장·단편 독립영화를 꾸준히 상영한다면 보다 많은 시민이 향유할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 관한 한 할 이야기가 넘쳐난다. 허름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독립영화 제작현장에서 만나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보따리 풀어놓는다. "동성아트홀 홈페이지 회원이 7천여 명이예요. 지지세력까지 합하면 1만여 명이 넘습니다. 그게 대구 영화계의 가장 큰 자산이죠. 영화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대구 역시 영화도시 아닐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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