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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교육프리즘)버지니아 울프의 학습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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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슬픈 장면이 계속 이어지자 앞좌석에 앉은 어느 아저씨가 남에게 들릴 정도로 훌쩍인다. 뒷자리의 남자가 이를 보고 '좀 모자라는 바보 아냐? 사내가 영화를 보며 울다니.'라고 한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완전히 몰입하여 진정으로 주인공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바보인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 바보인가.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는 캐임브리지대학 출신으로 당대의 손꼽히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영국인명사전'의 초대 편집장이었으며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했다. 울프의 아버지는 날카롭고 명징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학문적으로 눈부신 성취를 이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저서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에서 울프의 아버지는 위대한 문학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남긴 것은 무미건조한 분석적 비평이 전부였다고 토로한다. 울프는 자기 아버지 스티븐을 분석·비평 능력과 창작능력이 일치되지 않는 불행한 지식인으로 평가했다.

울프는 아버지가 받은 캐임브리지의 교육이 두뇌만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하여 정신은 불구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캐임브리지의 가혹한 교육은 음악, 미술, 연극, 여행 같은 여가활동에 심각한 결핍증을 가져왔고, 그 결과는 지적 편중과 좁은 시야였다는 것이다. 주입식 공부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울프의 아버지는 훗날 캐임브리지 대학의 교수가 된 후에도 학생들에게 항상 시험만 생각하고, 책에만 매달리며, 졸업할 때까지는 아무 것도 즐기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창작하고 창조하는 능력에서는 좌절감을 느낄 정도였다.

어느 작가보다도 모험적이고 창의적이었던 울프는 스스로를 반성한 아버지의 뜻에 의해 대학에 갈 수 없어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집에서 독학하며 폭넓게 종합적인 방법으로 학습했다. 아버지를 통해 월터 스콧, 제인 오스틴, 윌리암 셰익스피어 등의 고전 작품을 접했다. 그녀는 많은 시간을 자연사박물관에서 보냈고, 잠들기 전에는 형제들과 함께 지어낸 이야기를 가족신문에 싣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으며 종종 자신을 잊고 그들의 세계로 빠져들곤 했다. 그녀가 아버지의 한계와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학습 경험이 몸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울프 부녀의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미래는 예민한 감수성과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사회이다. 단편적인 지식을 맹목적으로 암기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어떤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며 깊게 젖어들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배양해야 한다. 영화관에서 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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