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직 발령 통보를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방학이 없어진다는 아쉬움'이었다. 교사 생활을 하는 십수 년 동안 방학을 누려왔건만 그 소중함을 그처럼 절실하게 깨달은 적이 없었다.
방학 없는 생활을 6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들은 내가 느낀 만큼 방학의 소중함을 느낀 분이 많지 않을 것이다. 늘 함께하고 있으면 소중함을 모르고 살게 마련이다. 매연 속에 들어가 봐야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듯이.
교사 시절에는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친구나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너희들은 방학이 있잖아.'라고 할 때의 의미를 몰랐다. 오히려 '방학이면 뭐해, 돈이 없는 걸.'이라고 반박하곤 했다.
그러면서 방학 때마다 별다른 의미를 만들지 못했다. 자아 실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 동 교과 선생님들과 2박 3일 정도 답사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책은 몇 권 읽었지만 그리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지는 못했다.
학교 밖, 방학이 없는 곳에 있어보니 그때는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법적 뒷받침(초중등교육법 제41조)을 받으며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나름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혜택이다. 어느 회사가 직원에게 한 달씩 유급 휴가를 준단 말인가.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계절제 대학원을 수강하거나, 연수에 참여하여 전문성을 신장하는 일은 당연하다. 교과 지도와 관련한 기법·기능 등을 익히는 일도 괜찮다. 주제를 정해 동료들과 워크숍을 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시간도 가져야 할 것이다. 조용한 산사에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혹,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자녀들을 데리고 국내·해외 문화 체험을 해 보는 일도 권할 만하다.
그런데, 이렇게는 지내지 않으면 좋겠다. 늦게 일어나 아침, 점심을 겸해 먹고 선풍기와 TV를 친구로 삼다가, 낮잠 한숨 자고 술친구와 한 잔 하고 들어와 자는 생활, 계획 없는 불규칙한 생활, 목표 없는 나태한 생활, 의미 부여가 곤란한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방학',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을 배가시킬 수 있다. 그런 반면 아까운 시간만 죽일 수도 있다. 이번에는 '방학'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방학이 끝난 뒤 더욱 화목해진 가정에서 교육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힘을 얻어 오는 교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괄목상대(刮目相對)할 교원들이 훨씬 많아지면 더욱 좋겠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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