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방학이 학교와 학원에 지친 아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체력도 키웠으면 좋겠고 무언가에 도전해 성취감과 용기를 얻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여기에 딱 맞는 것이 없을까. 체험학습의 계절인 이번 여름방학에는 암벽등반이나 등산 등 레포츠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19일 오후 8시쯤 대구앞산청소년수련원내 실내 암벽 연습장. 최정원(상인초6년·12) 양이 가느다란 자일 하나에 몸을 맡긴 채 150도 가량으로 꺾인 절벽 아래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연습장에서도 최고난도인 이 코스는 오버행(거꾸로 매달려 있기) 기술이 필수. 몇 번이나 팔을 뻗은 끝에 겨우 마지막 쇠고리에 자일을 걸었다. 15m 완등(完登). 보는 사람이 다 아슬아슬하다. 미끄러지듯 줄을 타고 내려오는 정원이의 얼굴은 기분좋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같은 코스를 뒤따라 올라간 오빠 지원(상원중1년·13) 군이 몇 분 뒤에 내려왔다. 아래에서 줄을 잡아주던 스포츠클라이밍 강사 김영희 씨는 "최소한 2년 이상 기술을 익혀야 저 코스를 통과할 수 있다. 이 곳 동호회 성인들 가운데도 저 정도 실력자는 몇 안 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원이와 정원이 남매는 3년 전부터 스포츠클라이밍을 배우기 시작해 이제 대구에서 알아주는 어린이 암벽 등반가가 됐다. 정원이는 지난 5월 경남 사천시가 주최한 인공 암벽 등반대회에 출전해 초등부 1등을 차지했고, 지원이도 여러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일주일에 4, 5씩 암벽을 타는 덕분이다.
남매는 실제 암벽을 타기 위해 스포츠클라이밍 동호회, 강사들과 함께 산을 찾기도 한다. 처음 도전하는 암벽에서는 몇 번씩 미끄러지기 예사다. 야외에서는 손과 발을 지지하는 홀더가 불안정해 까딱하면 추락한다.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다. 지원이는 지난해 여름방학 포항 죽장에서 2인1조로 24m짜리 암벽을 타다 줄을 놓쳐 6m가량 추락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자일 덕분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정원이는 지난해 선운산에서 등반을 하다 무릎 인대를 크게 다친 적이 있다.
하지만 남매의 등반은 계속되고 있다. 오르지 못했던 곳을 정복했을 때의 짜릿한 성취감 때문이다. 지원이는 "이번 겨울방학 때 여동생, 강사 선생님과 함께 태국에서 암벽 등반을 할 계획"이라며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니까 학교 공부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장병호 대구등산학교장은 "청소년 시절에는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적인 경험이 꼭 필요하다. 건강 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을 기르는데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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