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88고속도 확장 연기, 괴상한 정부 논리

88고속도 확장 지연이 기어코 말썽을 일으켰다. 정부에 과연 확장할 뜻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게 하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영호남 지자체 관계자들이 이 달 들어 잇따라 중앙정부에 공사 시행을 촉구했고 여의찮을 경우 고속도 폐쇄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완공에 10년도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난 5월에 이미 제시돼 우리가 집중적 투자를 촉구한 바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더 나쁜 쪽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88고속도의 확장은 대형 참사로 엄청난 희생을 치른 2000년도 이후 지역단체 및 지자체들의 거센 요구에 떠밀려 추진된 일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교통'환경영향 평가 등 공사 준비 절차를 겨우 마무리하고 부지 매입까지 공고할 수 있게 됐던 지난 5월 바로 그 시점에 이 확장사업은 거꾸로 흐지부지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공개된 '국가 기간교통망(2000∼2019) 수정계획' 초안이 그 증거였다. 건교부의 저의는 이 달 들어 알려진 내년 예산 초안에서 다시 확인됐다. 이곳 지자체들이 내년 확장비로 1천 억 원 계상을 요청했으나 반영액은 겨우 100억 원에 그쳤던 것이다.

건교부는 2010년부터 10년에 걸쳐 대구∼광주 사이에 단선 철로를 건설하려는 계획과 상충된다는 점을 확장공사 지연 핑계로 내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 쉽잖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미 있는 도로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그 목숨을 안전하게 할 생각은 않고 전혀 별개의 철로 놓는 일로 우선 삼겠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철로를 추가로 놓는 일이야 찬성해 마지 않을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기존 고속도로의 확장부터 마무리하는 쪽으로 기간망 수정계획 초안을 다시 바로 잡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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