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동·남·북쪽의 세 방향이 비슬산과 팔공산으로 막혀있고, 오직 서쪽만이 트여서 낙동강까지 평지로 이어진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의 대구는 대기오염 물질의 확산을 방해해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여름철의 남동 계절풍이 해발 1천m가 넘는 비슬산에 가로막혀 대구는 바람이 적은 찜통도시로 알려져 있다. 대구에서는 서울 한강의 강바람과 부산의 바닷바람처럼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바람이 생성되기 어렵다. 호흡기 질환의 측면에서 대구의 환경은 국내의 여타 도시보다 훨씬 불리한 여건인 것이다.
대구는 바람 길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개발로 인해 겨울이 되면 북서 계절풍이 불어 들어오는 길목인 서쪽과 서북쪽에 공단(염색공단·3공단·서대구공단·성서공단 등)이 위치, 여기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도심으로 이동해 시내 전체가 거의 매일 매연으로 뒤덮여 호흡기 질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와 같은 분지에는 밤에 분지 내부보다 주변의 산지의 기온이 빨리 냉각되어 찬 공기가 산지에서 분지의 내부로 이동한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지표면에 위치하면 (특히 새벽에) 자동차의 배기가스 등으로 인해 오염된 공기가 확산되지 않아 시민들은 오염된 공기를 그만큼 많이 마시게 된다.
대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가 적고 일조량이 많아 솔라 시티(solar city)로 지정된 바 있다. 화기가 강한 지역에서는 수공간(하천·호수)이나 수변공간 등 자연환경이 훨씬 더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대구는 급속한 도시개발과정에서 자연하천을 복개하고 도로·주차장·운동장 등을 하천변에 조성해 전국 최고 수준의 도로포장률을 자랑하는 등 수변 공간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또한 하천의 유지수를 공급하는 녹지 공간이 급격히 파괴되어 호흡기 질환에 불리한 열섬 도시로 변모했다.
대구의 경우 타도시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시 외곽의 산자락에 고층아파트가 무분별하게 난립돼 있다. 이들 고층아파트는 산골짜기로부터 밤새 불어내리는 산바람을 차단해 도시 내부 대기오염물질의 자연정화 순환을 방해하고 있다.
고층건물이 밀집한 곳에선 오염된 공기가 건물 사이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협곡 효과'가 나타난다. 고층건물 협곡에 갇힌 오염된 공기층이 일종의 지붕을 이루어 호흡기 질환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구시민들은 봄철 황사에서도 타지역에 비해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대구의 최고 번화가인 중구와 공단 주변에서 천식의 유병률이 높은 경향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대구시에 소재한 행정동의 74%가 천식환자의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분지지형, 산지 주변 고층아파트, 수공간 밀도, 녹지 분포, 도로 밀도 등 호흡기 질환과 관련한 환경현황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수치로 판단된다.
필자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샌터바버라시에서 1년 동안 체류하다가 올해 2월말에 귀국했다. 이 도시는 해변에 위치한 환경도시로 고층건물을 찾아볼 수 없고 풍부한 녹지대와 수공간으로 인해 연중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천국과 같은 도시이다. 최근 대구에서 생활하면서 목이 편하지 않고 감기 증상이 자주 나타나 환경과 호흡기 질환의 상관성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대구가 직면한 문제는 분지형의 대구의 지형이나 일조량이 풍부하고 물이 부족한 기후특성 등 자연환경을 무시하고 도시를 조성한 결과이다. 비가 적은 대구에서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 섬유업이 전체 조업의 40~50%를 차지하고 있어 대구는 자연과 역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대구는 공단입지, 고층건물의 입지, 수공간의 훼손, 산업구조 등 호흡기 질환의 측면에서 불난 데에 부채질을 당한 식의 도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구의 외곽지역에는 팔공산·앞산 등 대규모 녹지 주변에 구릉지와 사면녹지가 많이 남아 있어 넓은 자연공원을 형성하고 있다. 금호강 주변의 강변 절벽과 울창한 숲은 보존된 야생지역으로서,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이나 백마강의 낙화암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대구가 지향하여야 할 산업구조는 일조량이 높은 도시에 발달하는 영화 등 문화 콘텐츠, 태양에너지 등 친환경산업이다. 구미·포항·울산 등에 전문인력을 공급하는 연계도시로서 교육에 주안점을 두는 것도 방안이다. 대구가 천혜의 자연 환경을 보전하며 친환경도시로서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해본다.
엄정섭(경북대 환경지리정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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