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백설공주 잠드는 찰나, 아기울음 소리가

몇 해 전 칼바람이 살갗 후비는 차가운 겨울날, 심심해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시내 쇼핑도 할 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뮤지컬 공연을 보러 시민회관대강당을 찾았다.

표를 예매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가 보니 꼬마친구들이 엄마 옆에서 시끌벅적하니 신바람이 났다.

어느덧 공연이 시작된다는 설명과 휴대전화기를 몸가짐 상태로 전환하라는 당부 말씀에 시끌벅적하던 귀여운 개구쟁이들 소리가 하나둘 숨죽이고 백설공주가 되어 깊게 빠져 들어갈 때쯤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어린 꼬마친구가 보채기 시작했다.

일어섰다 앉았다 과자 봉지 바스락거리기를 십여 분이 지났지만 아이는 계속 칭얼거렸다.

내 생각에 아이는 캄캄한 공연장 안보다 훤한 바깥이 더 그리운 것 같았다. 빨리 바깥으로 나가 아이를 달래주면 좋으련만 아이 엄마는 휴대전화를 눌러 아이의 귀에 대주었고 갑자기 "아빠, 보고싶어."하며 설움에 북받쳐 울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밖에 나가서 달래라고 말했지만 아이 엄마는 도리어 화를 내며 "아줌마도 애 키우면서 그런 소리 하냐."며 한마디 던진다. 참! 어이가 없어 할말을 잊어버렸다.

바로 옆 자석에 손자를 데리고 온 할머니가 한마디 거들어 주신다. "젊은 새댁이 해도해도 너무 하네요. 당신 하나 때문에 주위가 시끄럽잖아요. 양심도 없는 새댁이네." 그 말에 아이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버렸고 나간 지 5분도 채 안 돼 공연은 끝이 났다.

의미 없이 끝난 공연을 아쉬워하며 아이들과 쇼핑 장소로 떠나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내 등뒤에서 누군가 잡아당기는 불길한 예감에 돌아보니 등에는 껌이 붙어 있었다.

할 수 없이 쇼핑은 무산되고 집 앞에서 맛있는 걸 사주기로 약속하고 택시를 타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공연장 안에서 아이엄마의 독단적인 행동도 꼴불견이었지만 등뒤에 껌을 버린 이름 모를 사람도 생각할 가치도 없는 꼴불견이 아닌가 싶다.

요즘도 어딜 가다 보면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공공장소에서만이라도 남을 배려할 예절 정도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동남(대구시 동구 신암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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