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돈의 문제로 소란하다. 개인적인 소원 성취로 눈먼 사람이 세상을 우울하게 한다. 미술에 투자하는 일은 주식 투자가 쉽지 않듯이, 손해 본 사람은 많고 이익 본 사람은 귀한 그런 일일 수 있다.
사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파는 사람만 많으면 값은 없다. 광고의 카피처럼 지당한 말인데 눈을 가리고 자신의 취미와 공부와는 아랑곳없이 몰린다. 관심 없을 때 예리한 안목으로 거두고, 보편화되어 누구나 원할 때 내놔야 돈이 되는데 거꾸로다.
관심이 성숙하도록 도와줄 장치가 우리에게 빈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시장은 무서운 돈의 논리로 돌아간다. 정리·정돈된 준비 없이 불편한 그림을 집에 걸까 걱정이다. 진정 좋은 것을 찾아가는 일도 예술을 즐기고 공부하는 과정이다. 자신을 중히 여기고 섬세하게 알아가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옆 나라는 미술관의 숫자가 3천 개를 넘는다. 드나들다 보면 어느 정도 자신의 취미는 알아가도록 교육될 수 있고, 관심이 깊어지면 읽고 보고 안목을 세련할 수 있는 과정과 장치도 많은데, 대구는 시립미술관도 아직 못 갖추고 있으니 꼴에 전문가로서 직무유기임을 자책한다.
화랑과는 달리 시립미술관은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다. 시민의 미술에 대한 당연한 욕구를 해소해 주어야 하며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를 가늠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문화적 갈증에 대한 밸런스 유지의 장치인데, 이제 첫 삽을 든단다.
전에 건립기본계획을 담당한 입장이라, 그때는 새로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전력한다는 기분이었는데, 변하는 속도와 각도가 가늠이 안 될 지경이라 그 획이 유효할 건가 걱정이다. 전문가들이 성실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고 그리고 수정보완은 불가피할 것이다. 분명히, 돈이나 권력에 빌붙어서 저지르는 자격미달들의 서글픈 판단들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다수의 손해가 발생하지는 말아야 한다.
혼자 생각에 미술의 효용은 나와 남이 어떻게 같고, 그리고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그런 과정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차이를 인정하며 스스로를 파악하는 데 미술이 도움된다. 이 일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유효하다.
불상의 본질은 하나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결과들은 같지 않다. 그 다름을 이해하며 우리는 부처에 대한 해석의 차이와 본질에 바탕한 변화의 이유를 찾는다. 그 차이는 말을 넘어 그 지역과 시대의 감각적 특질을 확연히 드러낸다. 전부 같게 강요당한 요즈음의 들뜬 작품처럼, 돈이라는 결과를 앞세운 산업사회의 효율에 대해 남다른 각자의 새로움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진정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을 포함한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은 곧 새로운 힘이다. '같다. 그러나 다 다르다.'는 것을 독창적인 안목과 그 필수 조건인 섬세함으로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새 시대를 읽어 나갈 에너지로 이해시켜야 한다. 그래서 남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잘된 미술은 첫째 이유가 새로운 시도이다. 보편적인 것이면 벌써 힘이 없다. 미술은 닮게 그리는 것이 아니다. 100년 전에 지금도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예술을 시도한 작가들이 많다. 그들의 삶이 주는 감동은 세상에 대해 스스로 정한 외로움을 감내하고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도 오르지 않은 거친 산들을 오른 사나이의 목숨을 건 결단과 과정이 주는 감동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예술을 대하는 첨예한 태도의 이해가 곧 뒷시대의 새로운 에너지다.
아이들의 새로운 그림 중에서 이유 없이 마음에 드는 것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액자로 마련해 집에 붙여주자. 왜 좋은가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진정 자신의 생각들을 말하자. 볼 때마다 돈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림보다 건강하다. 모든 아이들이 지금은 별이 된 백남준같이 될 수는 없다. 바꾸어 걸다 보면 스스로의 개성적 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관객은 준비된다.
신용덕(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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