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아랍 전문학자 막심 로댕송은 이스라엘 건국에는 2차대전중 유태인 대량학살 등에 대한 유럽인의 죄책감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평화가 찾아와 책과 신문, 라디오, 영화를 통해 유태인들에게 가해졌던 혐오스러운 행위가 상세하게 설명되었을 때, 서방세계는 공범자로서, 아니 방관자였던 사실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게 됐다'
이러한 부채의식은 유태인들이 2천 년 동안 그 땅에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자기들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시온주의자들의 열망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로댕송은 이는 유럽인의 뻔뻔스런 책임 전가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왜 유럽인들이 저지른 범죄의 책임을 아랍인이 져야 하는가? 유럽인들이 죄책감을 느낀다면 책임지고 그들에게 영토를 마련해줄 일이지 누구도 아랍인들에게 영토의 일부를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질서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유럽인의 책임을 전가받도록 강요했고 그 결과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디아스포라(민족 이산)와 상호 간 무차별 테러, 증오와 복수의 대물림이었다.
이스라엘 교육부는 최근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 아랍인들에게는 '재앙'이었다는 내용을 담은 아랍계 초등학교 3학년용 새 공민교과서를 처음으로 인가하는 역사적 조처를 취했다. 교과서는 "건국전쟁(제1차 중동전)으로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이 추방됐고, 아랍인들의 많은 토지가 압류됐으며 이를 두고 아랍인들은 재앙과 상실, 치욕의 전쟁을 뜻하는 '낙바'라고 부른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쿠드당 등 우파는 '우리 손으로 아랍인들의 정치 선전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꼴' '좌파 노동당의 자기학대적인 패배주의'라고 맹비난하고 나섰지만, 노동당 소속 율리 타미르 교육부장관은 "이스라엘에는 유태인과 아랍인이 함께 살고 있고 아랍인들도 자신들의 감정 표현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비록 유태계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는 '재앙' 부분이 실리지 않았지만, 유태교 교과서에도 건국의 금기사항을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두 민족의 화해도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라는 치욕을 당한 일본이 이스라엘 정부의 결단을 배울 수는 없는 것인지.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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