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목적, 그리고 그러한 목적이 이끄는 삶은 종종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움과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최근 휠체어 유럽 횡단 대장정을 마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42) 씨, 세계적인 화제의 동영상 '미국 전역을 눈물바다로 만든 父情(부정)'의 호이트 父子(부자)가 경이로운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출신인 최창현 씨는 지난 5월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럽 횡단에 나섰다. 전동 휠체어에 의지한, 무모할 정도의 여행.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한계 극복뿐 아니라 삶에 힘겨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기 위해, 한반도 평화 통일의 염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불편한 손발을 휠체어에 묶은 채 입으로 조종간을 물고 평균 시속 13㎞로 유럽 32개국 2만 6천㎞를 주파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입으로 휠체어를 조종하며 어딘가로 열심히 달려가는 왜소한 동양인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최 씨는 광복절인 15일 종착지인 독일 베를린 장벽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도 꿈이 남아 있다. 또다시 1년간 아시아 대륙을 거쳐 백두산과 한라산에 이르는 2만여㎞ 대장정에 나선다고 한다.

딕(67)과 릭(41), 지금도 계속되는 호이트 부자의 마라톤 대장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고 있다. 출산 때 잘못되어 사지마비에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장애인이 된 아들은 나중 컴퓨터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자 "달리고 싶어요"라고 했다. 부자의 운명적 달리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몇 년 후 아들은 철인 3종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들 불가능하다 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태운 고무배를 허리에 묶어 물을 건넜고, 아들을 태운 채 자전거로 달렸으며, 휠체어를 밀며 완주했다. 마라톤 64차례, 단축 3종경기 206차례 완주, 보스턴 마라톤 24회 연속 완주. 마침내 이들은 6천㎞의 미대륙 횡단에도 성공했다. 보스턴 대학 사상 말 못하는 사지마비 장애인이 졸업한 것도 릭이 최초였다.

최창현, 호이트 부자의 아름다운 도전을 보며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평균보다 낮은 능력밖에 갖지 못한 보통사람일 뿐이다. 어떤 남자나 여자도 나만큼 노력하고 나와 같은 희망과 신념을 키우면 내가 이룩한 일쯤은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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