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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시부모님 덕에 귀한 줄 모르고 먹던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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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댁은 봉화다. 지금은 길이 좋아 거리도 가깝게 느껴지고 산 좋고 물 좋아 남들이 부러워하지만 결혼 초, 내겐 그야말로 '너무 먼 시댁'이었다. 명절이 되면 대구가 시댁인 친구들은 잠깐 다녀오면 되지만 우리는 반나절은 달려야 시댁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댁 부모님들은 수시로 소포를 보내셨다. 그 중에 자연산 송이도 포함돼 있었다. 우리는 '자연산 송이'를 그냥 버섯쯤으로 생각해 참 푸짐하게도 먹었다. 된장찌개에는 물론 라면 끓이는 데에도 송이를 한두 개쯤 막 넣었으니 말이다. 10년 전, 너무 어린 나이로 결혼해서인지 나는 세상물정을 몰랐고, 남편은 송이가 지천으로 나는 봉화에서 자라서 송이가 귀하다는 사실은 몇 년 전에야 처음 알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송이 귀한 줄 안다. 시댁 부모님이 이제는 안 계시기 때문이다. 가끔씩 백화점에서 고가의 자연산 송이를 발견할 때면 송이의 아릿한 향기와 함께 시부모님이 떠오른다. 그분들은 멀리 타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위해 늙으신 몸을 이끌고 송이를 찾아 얼마나 산을 헤매셨을까.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우린 고마운 줄도, 귀한 줄도 모르고 그것을 라면에 넣어 끓여먹었으니. 옛날 생각에 한 번씩 송이 생각이 나도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

시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이젠 봉화에 발걸음하기도 쉽지 않다. 올해는 큰맘 먹고 봉화에 아이들을 데리고 한 번 가볼까 한다. 시부모님이 굽은 허리로 송이를 따셨을 그곳을 찾아가 조금이라도 시부모님의 체취를 느끼고 싶다. 직접 딴 송이도 실컷 먹어보고 싶다. 그러면 기억에 남는 사치스런 가을 여행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입에 군침이 돈다.

이은영(대구 달서구 진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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