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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밑에 대구 서구 변두리의 어느 집엘 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기 빠듯한 아주 좁은 골목길의 아주 작은 집. 푸른 머릿 수건, 푸른 옷의 수녀들이 사는 곳이다. 어느 나라 어느 곳이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그들 스스로도 노동일을 하며 가장 낮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자들의 처소다.

골목길 양옆 다닥다닥 붙은 지붕 낮은 집들이 30,40년전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 헛기침 소리, 두런거림,대문 앞에서 가족을 부르는 소리…. 고층 아파트 단지 같은 데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사람 내음 물씬 묻어나는 소리들이었다.

놀라운건 그 집의 열린 대문이었다. 잠 잘때 외엔 내내 열어둔다고 했다. 아무리 서발 막대 내저어야 짚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鐵貧(철빈)일망정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대문 닫는 것만으로도 불안해 대문 바깥엔 보조 잠금장치, 안쪽엔 체인 달린 또하나의 안전장치, 베란다에도 쇠창살을 둘러야 겨우 안심하는 세태 아닌가.

그러기에 대도시에서 대문을 열어놓고 산다는건 놀랍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불안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전혀"라는 답이 돌아왔다. 문을 열어둬야 이웃집 할머니들도 놀러오고, 행상 아주머니들도 들려 다리쉼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도 편안해 하는 그들과 달리 우리 두 명의 방문객은 열린 대문이 의식의 한 귀퉁이에서 떠나지를 않아 내내 안절부절 했다. 몇 번이나 대문을 닫으려고 몸을 일으켰다가 걱정말라는 말에 도로 앉곤 했다.

그러고보면 대문이 별 필요없던 시절이 그다지 먼 옛일도 아니다. 대문이 아예 없는 집, 있더라도 거의 왼종일 열려 있다시피한 집들이 주위에 허다했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대문의 안과 밖이 별반 다르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추억 속에나 남아있는 풍경이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가족 분란의 씨앗이 되곤하는 요즘이다. 이번 추석도 그랬다. 시댁과 친정 어느 쪽에 먼저 갈건가를 두고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17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나하면 형제간에 칼부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슨 까닭일까. 그 좁은 골목 작은 집의 활짝 열린 대문이 뜬금없이 자주 생각나는건….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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