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미국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 뮤지컬 '시카고'가 4년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 한국 공연은 2003년 영국 런던오리지널팀 내한 공연과 달리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이다.
가수 옥주현이 여 주인공 록시 역에 배해선과 함께 더블 케스팅되면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10월 대구 공연에 앞서 지난 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시카고' 공연 현장을 찾았다.
브로드웨이 전설적 안무가 밥 파시가 만든 '시카고'는 위트 있는 가사와 매력적인 재즈 멜로디, 관능미 넘치는 안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안무 소화 능력에 따라 공연의 질이 좌우 될 만큼 팝 파시 안무가 공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무대나 의상 변화가 없어 배우들의 힘으로 공연을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오리지널팀 배우들에 버금가는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두 명의 여 주인공 가운데 벨마 역의 최정원은 관록이 묻어나는 물오른 연기를 선보였다. 능숙한 노래와 안무 처리로 중심을 잡아 주자 록시 역의 배해선도 철 없는 요부 역을 잘 소화해 냈다. 또 "세상 모든 것이 쇼"라고 말하며 돈만 밝히는 변호사 빌리 역의 성기윤도 능청스럽고 교활한 역할을 무리 없이 연기했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뮤지컬 밴드가 제2의 배우 역할을 하는 것도 '시카고'만의 특별함이다. 하지만 밴드와 배우들의 호흡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져 제2 배우 역할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몇몇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력이 주연급 배우에 미치지 못했고, 공연 초반이라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도 간혹 연출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주연급 배우들이 오리지널팀 배우에 비해 손색없는 기량을 선보임에 따라 자막 보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편하게 노래와 대사를 들을 수 있는 라이선스 작품의 강점이 부각된 공연이었다. 섹시와 사회 풍자, 곳곳에 윤활유처럼 삽입된 웃음 코드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3천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캐스팅 당시 벨마 역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옥주현이
'자기만의 색깔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그녀의 무대도 기대된다.
이상훈(32) 뮤지컬·클래식 대구동호회 회장은 "한국 뮤지컬계 최고 배우들로 구성된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며 "서울 공연을 거치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성숙될 것으로 보여 대구 공연의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 질 것."이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한편 '시카고' 대구 공연은 10월 7일부터 14일까지 대구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평일 오후 7시30분, 수·주말 오후 3시, 7시30분 공연. 3만 3천 원~11만 원. 1599-1980.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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