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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칼럼] 南과 北, 놀부와 흥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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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 흥부 이야기에서 늘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심보 사나운 사람으로 나온다. 놀부가 나쁜 사람이라는 논리는 제비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있지만 흥부에게 돈이나 밥을 퍼주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크게 강조된다.

과연 퍼주는 건 꺼렸지만 재산관리를 잘해 부자가 돼있는 놀부가 家長(가장)으로서 처자식 배를 곯리는 게으른 흥부보다 꼭 더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놀부의 눈으로 볼 때 흥부는 대책 없이 아이만 많이 낳고 자립해서 잘 살아보겠다는 개혁과 변화의 마인드가 없는 무능한 가장으로 비쳤을 수 있다.

형님집 부엌에 찾아가 밥주걱으로 뺨 맞고 있을 시간에 마을 들품이라도 나가든지 나무 해서 장터에 팔러가는 게 훨씬 생산적이라는 게 놀부의 생활철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개혁 의지와 변화의 정신이 없는 형제에게 혈연이니 우애 같은 낭만적 감성만 내세워 마냥 퍼주는 것은 어느 쪽도 유익하지 않다고 본 놀부에 대해 '나쁜 놀부'라는 일방적 罵倒(매도)만 할 수도 없다.

이번 남북회담을 보면서 뜬금없이 흥부 놀부 이야기를 꺼내본 것은 형제가 남북으로 갈라진 지 6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한쪽은 식구(인민)들을 배 곯리고 있는 흥부 신세로 남아있고 한쪽은 실컷 퍼주고도 고맙다는 인사 대신 거꾸로 두들겨 맞아가며 놀부 소리 듣고 있는 것 같아서다.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서로 만나 수많은 약속을 했으면서도 뭣 하나 제대로 약속과 宣言(선언)을 지켜낸 게 없었다. 인권 탄압에 백성 배나 곯리는 북한은 마냥 착하고 안쓰런 흥부이고 그런 흥부에게 신뢰 보장 없이 퍼주기만 하는 것을 걱정하는 남한 국민은 나쁜 놀부일까.

지난 60년간 다섯 번의 남북회담을 되돌아보면 해답이 나온다. 1948년 4월 30일 백범 김구 선생은 평양을 방문하고 '남북공동성명'이란 걸 발표했다. 4개 항의 성명 내용은 미군철수와 외국군대 철군 후 內戰(내전)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외국군 철수 후 통일된 조선 헌법을 제정하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3년 후 북한은 6'25 전쟁이란 내전을 일으켰고 회담 진행 중에 약속한 통일민주헌법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통과시켰다.

그 뒤 24년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후락 정보부장을 북한에 보내 '7'4 남북공동성명'을 합의시켰다. 자주적 통일과 상대방에 대한 무력행사를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이 역시 성명 발표 후 북한은 현충사 폭파 사건, 육영수 여사 저격 살해 사건, 아웅산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 등 상호 비방 무력도발 금지 약속을 어겼다.

이후 20년 뒤인 1992년 상호 군사적 파괴 전복 행위 금지, 무력 불사용 등을 약속한 남북 기본 합의서 역시 1년도 안 돼 북한이 핵 확산 금지 조약(NPT)에서 탈퇴하면서 합의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다시 8년 뒤 2000년 김대중 정권은 6'15 공동선언이란 걸 합의했다. 선언 2년 뒤 북한은 서해 교전의 무력 도발로 국군 장병 25명을 살상했다. 그게 5억 달러를 퍼주고 얻은 공동선언의 보답이었다. 과연 누가 착한 흥부고 나쁜 놀부인가.

남북회담만 했다 하면 뒤에는 꼭 분쟁이 터지는 꼴이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회담에서 개혁과 개방, 변화를 두려워하는 북한의 속내를 읽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 북한이 진정으로 변화할 의지가 없는 한 앞으로 몇십 번의 회담을 해봤자 지난 60년간 5번의 남북회담이 남기고 보여준 교훈에서 한 치도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것도 함께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회담 후속 조치 강조에 앞서 백 마디의 선언, 천 마디의 성명보다 단 한 번의 행동과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성공된 회담을 마무리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회담의 횟수와 선언의 문구에 자화자찬하지 말고 회담 이후의 행동을 더 경계하면서 통일과 평화의 길로 함께 걸어가자. 이번 회담 선언만은 '지켜지는 선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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