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풋살경기장 '애물단지'…야간 소음 민원 '빗발'

한밤중에 물병 두드리고 환호성…"규제 힘들어 양보 밖에 대안없어"

▲ 레저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풋살이 소음 등으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레저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풋살이 소음 등으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풋살,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풋살(Futsal)이 애물단지 대접을 받고 있다. 동호인들에겐 퇴근 후 더없이 좋은 여가활동으로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참기 힘든 소음이 되고 있는 것.

풋살이 대구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1월. 동구청이 1억 6천여만 원을 들여 동구 불로동 불로천변 둔치에 24m×44m 규모로 개장했고, 2005년 8월 동구 방촌동에 국제경기가 가능한 풋살전용경기장이 등장해 시민들의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실제 지난해까지 6곳에 그쳤던 대구의 풋살경기장이 올 들어 10곳이나 건립되는 등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시풋살연합회에 따르면 대구의 풋살 동호인 수는 2천여 명, 풋살 동호인 클럽도 200개 정도로 추정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야간 소음 및 조명. 최근에 생긴 풋살경기장이 주로 주택가 인근에 자리 잡으면서 소음 등으로 밤잠을 설치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형편이다.

달서구 두류동 한 풋살경기장 인근에 살고 있는 이득남(54·여) 씨는 "밤 10시쯤 잠을 자려고 하면 물병 두드리는 소리, 골 넣고 환호하는 소리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다."며 "구청에 여러 번 진정했는데도 개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풋살경기장에 이용료를 내고 풋살을 즐기는 동호인들은 '돈 내고 스트레스 쌓이는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다. 한 풋살동호인은 "직장인들이 퇴근 뒤에 모여서 하는 운동인데 너무 시끄러워도 그렇지만 어떻게 경기를 하면서 입 다물고 할 수 있느냐."며 "풋살은 해야겠고 그렇다고 주민들에게 애꿎은 피해를 줄 수도 없고 난감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가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일부 경기장의 경우 공사 착공 전부터 '혐오시설'로 치부돼 주민 반발을 사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

이러한 주민 반응에 대해 풋살경기장 운영자들은 어느 정도의 소음이 있지만 체육시설인데 서로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할 것 같다며 항변하고 있다. 접근성이 높은 도심 속에서 즐기는 스포츠인데 어느 정도의 소음은 생기지 않겠느냐는 것. 한 풋살클럽 운영자는 "북구 학정동 등 비교적 외곽 지역에 위치한 경기장을 제외하고는 대구에 있는 대부분의 풋살경기장이 이 같은 소음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조규철 풋살경기장 업무담당이사는 "오후 9시까지 경기를 하란 말은 영업을 하지 말란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주민들 의견대로 밤 경기를 줄이고 싶어도 퇴근시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행정기관들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달서구청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풋살이 체육시설로 등록되는 것도 아니어서 규제하기도 힘들다."며 "현실적으로 도심을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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