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이태수 作 '새에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새에게

이태수

새야 너는 좋겠네. 길 없는 길이 없어서,

새 길을 닦거나 포장을 하지 않아도,

가다가 서다가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겠네.

높이 날아오를 때만 잠시 하늘을 빌렸다가

되돌려주기만 하니까, 정말 좋겠네.

길 위에서 자주자주 길을 잃고, 길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길이 너무나 많은 길 위에서

나는 철없이 꿈길을 가는 아이처럼

옥빛 하늘 멀리 날아오르는 네가 부럽네.

길 없는 길이 너무 많은 네가 정말 부럽네.

지금은 사라진 '옥천집', 동문동 동아백화점 동편 골목에 박혀 있던 막걸리 집. 쭈그러든 양은 주전자와 생고구마 안주, 자욱한 담배연기와 왁자한 소음 속에서 열띤 목소리로 시와 삶을 나누던 1970년대의 낡은 풍경. 그 집 벽에 걸려 있던 시화, '옥천집에서'가 생각나네. 당시 시인은 20대 후반을 힘겹게 통과하는 중이었고, 바로 아래 세대인 우리는 새 둥지에 숨긴 새알 훔치듯 선배들의 시를 훔치려 했지.

시가 대체 무엇이건대 畢生(필생)과 바꾸려 했던가. 그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은 지나가고, 시도 그 화려하던 광휘를 잃어버리고, 정신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이 막막한 현실 앞에서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네. 이 짧은 시에 박혀 있는 열한 번의 '길'이라는 단어. '길 없는 길이 너무나 많은' 이 '옥빛 하늘' 아래 우리는 다만 우두커니 서서….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여야의 권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과 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이 임박하며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한국에 도착한 황 CEO는 5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배우 지창욱이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으며, 소속사 스프링컴퍼니는 고의적 탈세가 없음을 주장하며 성실한 납세 의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경 좌파'로 규정되며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