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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자녀' 교육 사각지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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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언어소통 능력 등 또래에 뒤져…가구소득 낮아 개별적 교육 엄두 못

"학교 가기 싫어요."

예천에 사는 초교 2년생 동혁이(가명·8)는 하루종일 TV만 본다.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어서 언어발달이 더뎌 또래들과 제대로 대화도 할 수 없다. 기자가 몇차례 묻자, 동혁이는 어눌한 말투로 "엄마는 색종이, 도화지가 뭔지도 몰라요. 친구들이 '엄마가 글을 모른다'며 많이 놀려요."라고 했다. 담임 교사는 "숙제와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온 적이 없고 간단한 받아쓰기도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언어장애 심각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출신의 외국인을 엄마로 둔 아이들은 심각한 언어장애를 겪고 있었다. 김천의 한 유치원 교사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처음에는 '누가 좋아?' '쉬하러 갈래?' 정도의 쉬운 질문도 이해하지 못해요. 아이들과 어울려 6개월쯤 지나야 이 질문을 겨우 알아듣죠. "라고 했다.

그래도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부모가 일하러 나가거나 경제력·인식 부족 등으로 대화 상대도 없이 집안에 방치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말 경북도가 다문화가정 3천469가구를 조사해보니 42%가 최저생계비(4인 기준 월 120만 5천 원) 이하 소득에 머물러 있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다니는 자녀도 채 절반(43.5%)이 되지 않았다.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 지원과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2020년쯤 다문화가정 2세는 전국적으로 167만 명(전국민의 3%)이 되고 농촌 초교생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도 현재 추세라면 이중 상당수가 정상적인 한국인으로 성장하기 불가능하다.

김선정 계명대 한국어학당 소장은 "아이들에게는 엄마 품에서 배우는 언어가 가장 중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언어장애는 물론이고 학습 부적응, 정서장애로 이어진다."고 했다. 사공준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IQ검사를 할 경우 상당수가 70 이하의 '정신지체'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은 걸음마 단계

정부 정책은 현재 자녀들보다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한국어 교육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보조금 같은 직접 지원액은 거의 없다.

김만용 경북도의원(교육환경위원)은 "다문화가정은 사회적 약자 계층이 많고 높은 이혼율로 방치되는 아이들이 많다. 현재 여성가족부가 예산(올해 41억 원→내년 222억 원)을 늘려가고 있지만 대부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대구 2곳, 경북 5곳) 운영비, 인건비로 사용될 뿐"이라며 "미래를 대비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개발과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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