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통 컸지만 떳떳하게 살죠" 공익제보자 여상근씨

▲ 공익제보자 여상근(53) 전 KT부장은
▲ 공익제보자 여상근(53) 전 KT부장은 "관련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영어 박사가 다 됐다."며 영문자료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잘못된 일은 백번·천번이고 바로잡아야죠. 후회는 없습니다."

여상근(53·전 KT대구지사 기술부장) 씨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32년간 몸 담은 회사의 부당성을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다. 스스로 사회정의에 반하는 큰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해직 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여 씨의 '양심선언'은 3년 전인 2004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KT가 고속철로 주변 통신회선의 전력유도대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하지 않아도 될 공사로 혈세 600억 원을 벌어들이려는 사실을 국가청렴위원회에 고발했다.

"10개월간 회사에 수십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고발하는 길을 택했어요." 청렴위는 이 사건을 감사원에 이첩했고 감사원은 일부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대책을 마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주위에서는 "기업에 원한이 있느냐? 불이익을 당할지 몰랐느냐?"고 사시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는 "'기술자의 양심'때문이라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KT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여 씨를 해고 했다. 청렴위는 여 씨의 신고내용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됐고 KT 경영진을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며 파면 취소를 KT에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 씨는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파면이 무서웠으면 시작도 안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공고를 다닌 탓에 공부할 기회가 없었지만 밤새 영어사전을 펼쳐들고 외국자료와 씨름했어요."

그는 고속철로변에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와 전자파 차단대책(전력유도대책)을 세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논문을 써 심사(한국조명 전기설비학회의)를 통과했다. 이 논문은 KT가 국내·국제 기준을 위반해 측정방법을 조작하고 비표준 측정기기를 사용해 측정값을 부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공익제보로 지난해 제6회 투명사회인상(한국투명성본부), 올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지만, 사회의 냉대와 싸우고 있다. "평생 기술자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같은 일이 다시 생기더라도 똑 같이 행동할겁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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