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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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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어느날 저녁 자리에서 후일 노무현 대통령의 왕특보로 통한 분이 난데없이 고 김윤환 의원의 한나라당 공천 탈락이란 엄청난 정보를 전했다.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이름보다는 虛舟(허주)라는 호로 통하던 김윤환은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로서 대구'경북 정치권의 대부였다. 그러나 그날 낮 허주로부터 "이회창 총재에게 공천과정의 이것 저것 자문을 받고 이렇게 저렇게 조언을 했다"는 말을 들은 터라 '말도 안 되는' 헛소문 정도로 여겼었다.

당시 허주와 이회창 총재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다. "대선에서 낙마한 분을 총재 자리에 올려 주는 대신 당의 실질적 운영을 맡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허주의 불만이었고 이 총재 측으로서는 정치자금 문제로 내사를 받던 허주의 존재가 결코 달갑지 않았었다. 그러나 양자 간의 갈등을 감안하더라도 공천 탈락이란 가정은 당연히 '설마 그럴려구'였다.

설마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허주를 버린 이회창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득보다는 실이 적지 않았다.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신뢰를 잃은 사례로 꼽히기도 했고 스스로도 허주의 공백을 아쉬워하곤 했다. 설득과 조정의 공백은 그에게 고스란히 짐이 되어 돌아왔다.

정치권에서 빚어지는 설마의 사례는 적잖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0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벌어진 박근혜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과 복당도 당시로서는 설마의 케이스였다. 독선적 당 운영을 비판하며 탈당했던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다시 들어와 탈당 당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던 분의 당선을 위해 유세 마이크를 잡았다.

설마라는 반응을 낳았던 사례 중 성공담은 듣기가 쉽잖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10년 동안 고통을 겪었다며 용서를 빌고 있다. 보수의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설마의 성공 케이스라 할 만하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에 담긴 시대적 정신을 감안하면 설마라는 평가는 애당초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

이회창이 다시 설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설마는 정도와 상식을 벗어났다는 말이다. 후보가 많은 것이야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두 눈 뜨고 지켜볼 일이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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