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Book)느낌대로 표현한 色다른 경상도 여행서

스무 색깔 스무 느낌/ 박운석 지음/ 상상나무 펴냄

경상북도 면적 1만 9천26㎢, 경상남도 면적 1만 520㎢. 두 지역을 합쳐 부르는 경상도 면적은 전체 남한 면적(9만 9천538㎢)의 30%에 달한다. 백두대간 통로로 곳곳에 산도 많고 동해와 남해가 접해 있어 해안(海岸)도 많다. 그만큼 여행할 곳도, 관광 다닐 곳도 많을 텐데 이를 소개하는 책을 찾기란 그리 쉬운 편이 아닌 것 같다. 경북은 고작해야 경주와 관련된 안내서, 해설서가 다인 것 같다.

지은이(매일신문 스포츠생활부 부장)는 지난 2002년부터 여행 전문기자로서 여행과 직접적으로 인연 맺은 뒤로 4년 넘게 매주 한두 곳씩 전국의 여행·답사지와 외국의 여행지를 매일신문에 실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지역은 그 중에서 경상남북도의 대표 여행·답사지 20곳이다. 여행·답사지마다 인근에 꼭 가봐야 할 것도 하나씩은 따로 추가했으니 실제로는 40곳 이상이다. 이곳은 모두 한국관광공사 '내 나라 먼저 보기' 캠페인을 통해서 눈을 돌린 자신의 생활 터전 가까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곳이지만, 이를 새롭게 느끼고 바라볼 수 있도록 엮은 것이 바로 '스무 색깔 스무 느낌'이다.

지은이는 이들 대표 지역을 '답사여행, 생태여행, 황홀경, 트레킹, 삶을 따라'의 5가지 주제에 따라 나누어 실었다. "여행도 이제는 '느낌'"이라는 기준에 따라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대로 '경상도의 느낌을 다채롭게 표현한 色(색)다른 여행서'로 만들었다. 박 부장의 스무 곳 여행지 각각에 색깔을 부여했다. 각각의 장소에서 본인이 느낀 것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색이다. 그리고 색깔마다 특별한 느낌을 짝지었다. 이렇게 소개된 곳이 북으로 안동 병산서원, 동으로 울릉도를 넘어 독도까지, 남으로는 통영과 거제도까지 경상도 동서남북 곳곳을 샅샅이 아우른다.

지은이가 경상도에서 찾아낸 '경상도의 색깔과 느낌'은 날마다 새로울 정도로 다양하다. '눈으로 먼저 느끼는 극락, 영주 부석사'에서는 단청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찰의 색 '석간주색(石間 石朱 色)'을 찾아냈다. 이는 입구의 은행나무 길과 '배흘림기둥'의 무량수전, 멀리 보이는 태백산맥 등 부석사의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는 방문객의 감성을 전해준다.

흑백사진 같은 매력의 억새 가득한 창녕 화왕산성의 '회색'은 '무아'의 느낌이다. 여름에 찾으면 볼 수 있는 창녕 우포늪의 '하엽색(荷葉色)'은 물안개 깔린 새벽의 우포늪의 '고요'를 느끼게 한다. 청송 주왕산 기암의 '치색(緇色)'은 "기암(旗岩)의 절벽에 몸을 맡긴 소나무와 바위틈에 뿌리내린 둥근잎꿩의비름"의 모습에서 욕심을 버리게 되는 '평온'함을 읽을 수 있다.

책에서는 이처럼 '전통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경상도만의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느낌만으로는 경상도 안내서가 될 수 없다. 답사와 여행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나 정보도 맛깔스럽게 담았다. 일반 여행서만으로는 찾을 수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주변 명소도 소개한다. 세밀한 약도, 친절한 길 설명, 맛있고 저렴한 먹을거리 소개, 효율적인 여행코스 추천도 잊지 않았다.

부록으로 다룬 독도 서도와 문경 봉암사는 일반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곳이기에 더 큰 감흥을 준다. 서도에서 보낸 24시간 동안의 기록, 봉암사를 두 번이나 답사한 끝에 담은 글과 사진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이 40곳이 경상남북도의 여행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님"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책 한 권만 들고다녀도 경상도내에서 웬만큼 돌아볼 곳은 다 돌 수 있을 만하다. 292쪽. 1만 2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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