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부동산전망-전문가 견해

수급 불균형.과도한 세금 "경기 회복 당장은 어렵다"

시민들은 대선이 끝나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고 있지만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아파트 시세는 과연 바닥을 친 것인지, 내년에는 부동산 경기가 좀 더 살아날 것인지, 1가구 2주택자 중과세 등의 규제는 과연 풀릴 것인지 등등 궁금증이 많다. 특히 부동산 중개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현재 과도한 거래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파트 시장이 예전처럼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 부동산하우스 이성희 소장, 대구은행 이윤연 PB센터장, 부동산114 이진우 지사장, 대구건설협회 정화섭 부장(이상 가나다 순) 등 지역 부동산 전문가 5명에게 현재 대구·경북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과 시급한 해결책, 아울러 대선이 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질문했다. 과연 내년도 부동산 경기는 어떻게 바뀔 것이며, 그렇게 진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 아파트

대선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심리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지역의 아파트 시장 상황은 한동안 더욱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짧게는 내년 하반기까지, 길게는 2~3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구의 미분양 물량이 전국에서 경남 다음으로 많다는 것. 게다가 공급량도 쏟아지기 때문에 주택 경기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진우 지사장은 "내년 입주 물량은 3만 2천 900여 가구로 올해 1만 9천 400여 가구 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고, 분양 물량도 2007년 예정 물량 중 상당수가 연기됐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 물량을 합치면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정화섭 부장은 "내년에도 정부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미분양 물량이 현재 1만 2천 가구 이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입주물량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재에도 초기 입주율이 20~30%에 불과한 아파트가 더욱 속출해 잔금 미수령으로 인한 업체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급이 늘어난만큼 소비도 늘어야 하지만 현재 주택 정책상 갑작스런 수요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윤연 팀장은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거래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지역의 아파트 경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공급량이 적은 중소형 아파트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 활성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성희 소장은 "아파트의 경우 향후 2~3년간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소형(130㎡ 이하) 아파트는 그마나 거래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며 가격상승도 나타나겠지만 중형은 하락도 크고 거래도 힘들겠고, 대형은 가격 하락은 크지만 거래는 오히려 중형보다 다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진혁 부장은 "수급 불균형이라는 악재와 대선 및 총선 등을 통한 정부 정책 선회라는 심리적 호재가 혼재해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구매를 미루던 잠재성 수요층이 내년 하반기 이후 저가 주택위주로 구매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 상가

상가는 주식, 펀드 등에 올인하던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거나, 분산투자를 생각할 경우 첫째로 생각하는 투자 대상이다. 이유는 상가의 종류가 일반상가, 아파트상가, 전문상가 등으로 다양하고 가격도 다양해서 소규모부터 대규모 자본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고 수익률 변동의 폭이 비교적 적어 장기적인 투자로 선호하는 편이다. 상가에 대해서는 아파트보다 상황이 조금 더 나을 것으로 보는 시각과 전반적이 부동산 침체 때문에 상가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렸다.

이진우 지사장은 "아파트 시장의 어려움은 아파트 근린상가나 토지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아파트와 연관된 상품은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 결과에 따라 안정적 임대 수익이 나오는 사무실이나 개발이슈가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국지적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윤연 팀장은 "주택시장의 상대적 침체로 상가 부문으로 투자가 다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2009년도 고액권 발행 영향으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성희 소장은 "은행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고 실거래 가액으로 인해 종전보다 거의 2배 가까운 취등록세를 부담해야 하므로 빈번한 거래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대선 이후 경기 부양 등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아파트보다는 잠재 수요자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

토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윤연 팀장은 "부동산 개발 예정지역 외에는 향후 거래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고, 이성희 소장은 "대지는 비업무용 나대지와 업무용 나대지로 구분돼 세금이 부가되기 때문에 비업무용의 경우 지나친 세율(양도차익의 60% 이상)로 인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며 업무용 역시 재건축 등으로 인한 지나친 지가의 상승과 건축관련 법규(주차장법규, 개발이익환수금 등) 때문에 실수요자 이외엔 거래자체가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진우 지사장도 "토지의 경우, 최근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세금이 강화되는 바람에 투자 수요가 죽어있는 상황"이라며 "아울러 도심 땅 역시 아파트 사업이 안되다보니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한동안 시장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용하지 않는 땅, 즉 나대지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60%에 이르다보니 투자 목적으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건설경기와 직결돼 있는 도심 대지 역시 현재로서는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대선 이후 어떤 규제완화가 있을 것이냐에 따라 일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당분간 건설 시장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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