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는 데 청춘을 다 바칩니다. "이제야 내 집을 마련했구나"라며 감회에 젖을 때면 불혹(不惑)을 훨씬 넘은 나이가 됩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월 600만 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이도영(43·가명)씨도 마흔이 넘어 대구 수성구에 아파트를 장만, 지난달 중순 입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씨 역시 집을 마련하고 대출금을 갚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금융자산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이씨는 두 딸(13세·10세) 교육비에다 결혼자금도 모아둬야 하는데 어떻게 모아야 할지 답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씨의 고민과 관련,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센터장 배미경 계명대 교수)와 함께 해결책을 알아봤습니다.
A.
◆자산관리의 출발은 재무설계부터
미국사람들에게 왜 투자를 하는지를 물어보니 노후대비를 위해서라는 대답이 92%, 자녀 교육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대답이 43%였다(중복답변). 그런데 똑같은 질문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해보니 '내 집 마련' 또는 막연하게 '종자돈 마련을 위해서'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미국의 경우, 오랜 저금리시대를 겪으면서 재무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고 금융상품을 선택해야만 효과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고금리시대였던 우리나라는 은행예금을 통해 단기적으로 돈을 굴리는 것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에 굳이 장기적인 재무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자산을 배분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효과적인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재무설계부터라는 인식이 넓게 퍼지고 있다.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내 집 마련이 끝난 이씨는 이제 자녀교육자금 및 결혼자금, 그리고 부부의 노후자금 마련을 재테크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정기예금 3천만원은 1년 후 사업에 재투자되어야 하므로 그대로 만기까지 유지하면 된다.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넣고 있는 314만원은 재무목표에 맞춰 배분해야 한다. 또 이씨는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언제 사업에 필요할지 모를 예비자금을 위해 CMA잔액 1천800만원 외에 매월 120만원 정도를 CMA에 넣어둬야 한다. 1년 후 이렇게 모인 돈이 사업에 재투자되지 않는 여윳돈이 되면 펀드 등에 투자를 하고 매월 120만원은 다시 CMA에 적립을 하면 된다.
또 자녀교육 및 결혼자금 마련을 목표로 적립식펀드에 100만원을 넣어야 한다.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인 두 자녀의 대학 4년 동안 등록금은 각각 4천만원. 결혼자금은 각각 5천만원 정도 들 것이다. 이를 합하면 1억8천만원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하면 2억7천700만원이 있어야 현재가치로 1억8천만원의 구매력을 가진다. 이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매월 114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적립식펀드 100만원에는 자녀교육, 결혼자금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라. 그리고 장기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그러면 어렵지 않게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가장 장기적인 재무목표는 노후대비
이씨 부부의 가장 장기적인 재무목표이면서 재테크 종착점은 노후대비다.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경우 '혼자 사는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상식으로 여겨진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약 6세 정도 더 길다. 남편과의 나이 차이를 감안하면 약 10년 정도 남편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다.
60세에 은퇴해서 85세까지 매월 노후생활비로 200만원을 쓰고자 하는 이씨 부부의 노후생활 총비용은 13억원(물가상승률 3% 가정). 이를 위해 이씨 부부가 은퇴시점인 60세까지 모아야 할 돈(은퇴 후 수익률 6% 가정)은 7억원이다.
지금부터 은퇴하기 전까지 수익률 10%로 매월 130만원씩 저축을 해야 이 돈을 모을 수 있다. 자영업자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펀드에 25만원, 변액유니버셜보험에 70만원을 적립할 것을 권한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을 선택할 때에는 보험회사의 안정성 등도 중요하지만 펀드의 종류가 다양한지 여부와 자산운용사가 여러 회사에 분산되어 있는지를 잘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은퇴 후 노후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역모기지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역모기지론은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액을 생활비로 빌려 쓰는 금융상품으로서 고령층 인구가 많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노인들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보편화된 상품이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노후준비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역모기지론이 활성화되리라 본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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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경 센터장 계명대 교수/허수복 부센터장 계명대 강사/최창집 전문위원 한국투자증권 대구지점장/배재수 전문위원 진강건설(주) 대표/심진오 전문위원 미래에셋생명S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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