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오롱유화 화재 4시간 지나서야 "아차 페놀!"

17년만에 다시 덮친 낙동강 '페놀 공포'

2일 발생한 페놀 유출에 따른 낙동강 취수 중단사태는 하마터면 지난 1991년 때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낙동강에서는 지난 1991년 한 전자회사가 페놀폐수를 무단방류해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하는 대구 일부지역에 상수도 공급이 전면 중단된 적이 있고, 최근에는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과 퍼클로레이트도 검출된 적이 있어 지역 주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취수 중단

낙동강 본류에서 페놀이 처음 검출된 것은 2일 오전 5시 50분쯤. 구미 고아읍 괴평리 낙동강 숭선대교(구미광역취수장 상류 3.4㎞ 지점)에서 0.001ppm이 검출된 것. 이어 오전 8시 30분쯤에는 하천수 취수가능치(0.002ppm)를 2배나 초과한 0.004ppm이 검출돼 한국수자원공사는 구미·김천시, 칠곡군과 취수 중단 가능성을 사전협의했고, 오전 10시 40분쯤 구미 해평면 문량리 구미광역취수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페놀 농도는 이날 오후 2시 20분쯤 분말활성탄 투입시 페놀 제거가 가능(0.002ppm까지 가능)한 0.001ppm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오후 3시 35분쯤 취수를 전면 재개, 수돗물을 정상공급했다. 구미광역취수장은 구미에 하루 25만6천t(생활용수 16만9천t, 공업용수 8만7천t), 칠곡에 생활용수 2만6천t을 공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오염물질 희석을 위해 2일 오후 4시부터 안동·임하댐 방류량을 초당 30t에서 100t으로 늘려 방류하고 있다.

◆사고 원인

당국은 이번에 검출된 페놀이 1일 폭발사고가 난 김천의 코오롱유화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공정재료인 페놀수지와 공장 바닥에 있던 페놀 찌꺼기 일부가 소방수에 씻겨 인근 감천으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페놀수지 제조시설에서는 1일 오전 3시 10분께 폭발과 함께 불이 났으며 공장에 쌓여있던 페놀수지 10여만ℓ 등 인화물질이 대부분 불에 타거나 소실됐다. 환경당국은 공장에 있던 페놀 일부가 진화과정에서 사용된 물에 섞여 낙동강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유입 경로를 역추적하는 한편 페놀의 정확한 유입량을 파악하고 있다.

당국은 코오롱유화 공장에서 나온 물이 낙동강으로 통하는 대광천 하류에 3중의 방재둑을 설치하는 한편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입수 160㎥를 2일 오후 4시 30분께 회수했다. 경찰도 화재가 발생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과 진화에 동원된 소방·환경관계자 등을 불러 페놀이 낙동강까지 흘러들게 된 경위를 집중조사할 계획이다.

◆문제점

김천시는 화재 발생 4시간여만에야 뒤늦게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페놀의 인근 하천 유입 방지에 나서는 등 늑장 대응해 낙동강에 페놀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장에서 화재진압과 대책에 나선 소방·경찰·행정·환경당국과 코오롱유화 관계자들 사이에 흘러나온 페놀 처리에 대해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가 페놀의 인근 대광천 유입 방지에 나선 시간은 화재발생 4시간이 경과한 지난 1일 오전 7시 30분으로, 김천소방서가 '완전 진화'를 상부에 보고한 시점이다. 시는 일반 지하관로를 통해 화재 현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대광천(너비 5m)으로 페놀 유입을 막는 응급조치로 대광천 하류 3개 지점에 각각 높이 1, 2m의 방재둑 설치에 나선 것. 대광천 방재둑 설치는 공장에 쌓여있던 페놀수지 10여만ℓ와 진화에 사용된 물 수십여만ℓ가 대광천으로 유입돼 감천을 통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신속을 요하는 최우선 조치였다.

그러나 시는 화재 발생 4시간여가 지나서 시작한 둑 설치공사에 고작 포크레인 1대만 동원했고, 전 직원 비상소집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부실한 초기 대응을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페놀 유출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고 현지 지리 사정에 밝은 코오롱유화 측은 페놀의 대광천 유입 가능성에 대해 관계 기관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도 큰불을 끄는 단계인 '초동 진화'를 화재 발생 1시간 20분만인 '4시30분'으로 보고한 이후에도 엄청난 물과 뒤섞여 마구 흘러나오는 페놀 처리에 대해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관계 기관과 회사 측이 이처럼 허둥대는 사이에 1일 오전 7시10분쯤 대광천에서 취수된 물에서 페놀이 대량 검출됐고, 이 물이 고스란히 감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갔다.

이창희·강병서·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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