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나우루의 비극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작지만 풍요로웠던 섬나라 '나우루'는 이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나라는 바다새 '앨버트로스'가 싸놓은 똥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변한 인광석을 수출하여 한 때 엄청난 부와 풍요를 누렸다. 교육비 의료비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서비스가 모두 공짜였고 세금도 물론 없었다.

인광석이 무진장 나올 것으로 착각한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흥청망청 돈을 썼다. 부자가 된 나우루 국민들은 더 이상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걸어다니는 것조차 싫어하여 울릉도의 3분의 1 크기인 작은 섬나라인데도 한집에 두대꼴로 승용차를 보유하고 너나없이 드라이브인 상점에서 쇼핑을 즐겼다. 궂은일은 외국인을 불러다 시키고 해외로부터 수입해온 식품을 사 먹으면서 손 하나 까딱 않고 마냥 먹고 자고 놀기만 하다 보니 전 국민의 90%가 비만이고 절반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무한정 나올 것 같던 인광석이 고갈되면서 낙원과도 같았던 나우루에 비극이 찾아왔다. 인광석 채취를 위해 나무를 베어버린 지역이 폐허로 변해버려 예전처럼 다시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되자, 이제 나우루 국민들은 호주 정부의 지원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나우루는 지금 더 큰 재앙에 직면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언젠가는 섬 전체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나우루의 비극은 오늘날 60억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촌 전체의 비극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모두 석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이처럼 귀중한 석유 자원이 앞으로 40년 후에는 고갈돼 버린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소비할 경우 하나뿐인 지구가 환경오염과 기상이변으로 인해 심각한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계속 들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대국이다. GDP 규모가 세계 13위인데 비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 석유 소비량은 세계 7위에 올라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선진국들을 훨씬 웃돌고 있다. 연간 9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약 50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하루 평균 250만배럴 꼴로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셈이며, 이는 중동 산유국 쿠웨이트의 하루 생산량에 거의 맞먹는 양이다.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4.27t으로 전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는 환경 선진국인 일본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우리가 얼마나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에너지 과소비의 부작용은 기업의 경쟁력과 국제수지 악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의 발효로 탄소배출권 문제가 이제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탄소배출 의무감축이 개도국에까지 적용되는 '발리로드맵'이 채택됨으로써, 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인 우리나라도 오는 2013년부터는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선진 일류국가를 향해 나아갈 출발선상에 다시금 섰다.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흐름인 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하여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전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에 우리 대구은행은, 지역의 대표기업이자 지속가능경영 모범은행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DGB STOP CO₂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본점과 영업점의 에너지 소비실태를 전력, 난방용 연료, 승용차 연료, 용수 등 에너지원별로 조사하여 이를 CO₂(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고, 에너지와 CO₂ 감축 목표를 정하여 이를 꾸준히 관리해나갈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엘리베이터 안 타고 계단걷기 등 에너지 절감 노력을 생활화하는 한편, 이면지와 재활용품 사용을 늘리고 폐지와 음식물쓰레기 등의 폐기물을 친환경 기준에 맞게 처리할 방침이다. 나아가서는 임직원 가족은 물론, 지역 기업과 지역민들과도 뜻과 힘을 함께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평양의 낙원'에서 황량한 섬나라로 전락한 나우루의 비극은 전 지구적 재앙의 예고편이다. 우주에서 찍어 보낸 사진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여전히 아름다운 낙원이다. 우리 모두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나부터 먼저' 그리고 '지금 당장' 소중한 자원과 에너지를 아끼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설 때다. 하나뿐인 지구를 살림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들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당연한 의무라 할 것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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