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발 교수 재임용 탈락 사태가 전국 교수사회에 폭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엄격한 재임용 심사를 거쳐 6명의 교수를 퇴출시켰으니 어영부영 세월만 잡아먹던 전국의 각종 대학, 교수들이 뒤통수를 맞은 듯 깜짝 놀랐을 터다.
그러나 따져보면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교수 재임용 제도는 엄존해 왔다. 대학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그렇게 하라고 만든 제도인데도 대학들이 편리한 대로 주물러서 별 볼일 없는 종이호랑이로 전락시켰을 뿐이다. 재단에 비판적이거나 상부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교수를 쳐내는 데 써먹음으로써 재임용 제도의 부작용만 노출시켰다.
KAIST 아닌 이른바 3류 대학에서 재임용 심사에 의한 교수 퇴출이 시도됐다면 여타 대학, 일류대학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3류 대학의 1류를 향한 치열한 몸부림으로 간단히 냉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KAIST의 과감한 조치는 자기 혁신은 않고 주변 환경, 정부 정책 탓만 늘어놓는 대학들에 입맛 쓴 명약이 될 만하다.
연세대는 최근 재임용을 신청한 교수 20명 가운데 5명을 책임 강의시간 미달 또는 연구 실적 미비를 이유로 탈락시켰다. 성균관대는 초임 교수들의 재임용 심사에서 33명 중 5명을 재임용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지난해 2학기 승진 심사에서 젊은 교수들인 대상자의 40%를 탈락시킨 데 이어 KAIST 돌풍에 자극받아 고참교수에게 칼날을 들이댈 계획이다. 단과대학에 맡긴 정년 보장 제도를 본부에서 관장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서강대는 정년 보장심사에서 교수의 연구 업적에 대해 다른 대학 교수 3명의 평가를 받도록 했다. 고려대를 비롯한 여타 대학들도 심사 기준 강화에 분주하다.
KAIST발 쇼크의 성패는 교수 재임용 제도의 진정성에 얼마나 충실하냐에 달려있다. 서울대 미대 김모 교수는 동료 교수의 친일 행적을 지적한 논문 발표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가 오랜 법정투쟁을 거쳐 복직했다. 일부 족벌 대학, 급료 수준 낮은 대학들은 재임용과도 무관하게 수시로 교수를 쫓아내기도 한다.
재임용 심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다. 엄정한 잣대로 옥석을 제대로 구분해 내는 능력 또한 그 대학의 역량이자 미래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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