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대구 경북지역 총선 2차 공천심사에서 후보를 결정짓지 못했다. 이미 확정지은 6곳을 제외한 21곳에 대해 막바지 심사를 벌이고도 단수 후보자를 추려내지 못한 것이다. '친이명박' '친박근혜' 두 계파 간 대립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이 지역은 두 계파의 예측 못할 후유증을 우려해 심사를 맨 마지막으로 돌려놓았던 곳이다.
한나라당이 공천작업을 시작한 이후 국민이 듣고 있는 것은 '친이' '친박' 얘기가 전부다. 누구는 '친이'고 누구는 '친박' 쪽이며, 245개 지역구 중 현재까지 공천이 끝난 108곳 가운데 '친이'가 77곳, '친박'이 17곳이라는 따위들이다. 이 중 현역 지역구 의원이 탈락한 사례는 충남에서 단 한군데가 있었을 뿐이다. 이게 참신하고 깨끗한 새 인물을 영입하겠다던 개혁 공천인가 싶다. 두 계파가 경쟁적으로 자기들 현역 의원을 살려놓은 결과다.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2~3배로 압축한 대상에는 현역 의원 탈락이 없다고 한다. 이들 모두가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모르나 두 계파 간 싸움이 어느만큼 치열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구 경북 한나라당 의원 25명 중 한두명을 빼고 어느 쪽이라도 붙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친이' '친박'의 잣대로 보면 공천 심사를 할 것도 없이 모두 공천을 줘야 하는 것이다. 이게 과연 이 지역 유권자가 바라는 것인가.
매일신문이 최근 조사한 민심은 새 인물 교체 요구가 57.3%로, 현재 의원의 재당선을 희망하는 28.2%보다 두배나 높았다. 무엇을 말하는가. 이 지역을 위해 뛰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도 않은 의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계파 간 나눠먹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론은 그렇지만 결국은 누구를 공천해도 한나라당을 찍고 말 것이라는 오만에서다. 가뜩이나 '영남당'이라는 조소를 받는 한나라당이다. 텃밭에서 本(본)을 보이지 않으면서 어디에 대고 변화를 주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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