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아청소년이 앓을 수 있는 마음의 병]부모-아이 관계 설정

칭찬'솔선수범이 바른성장 유도

물질적인 생활은 풍요로워졌지만 대인관계나 가족, 친척 간의 정은 점점 메말라 가는 현실에서 어른이나 소아, 청소년 할 것 없이 정서적인 문제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소아·청소년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자폐증, 우울증이 증가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내 아이에게 문제의 행동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부모의 행동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부모는 보호자다=대개의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통해 사람에 대한 친근감과 세상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게 된다. 배고플 때 먹여주고 기저귀가 젖었을 때 새 것으로 갈아주는 손길에 의해 세상은 안심하고 살아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부모의 말과 행동, 칭찬이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우고 희망을 갖게 한다. 이를 전문용어로'애착'이라고 한다. 따라서 안정된 애착을 지닌 아이들은 또래관계에서 호감과 안정된 관계를 형성하지만 불안정한 애착을 지니면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바뀔 수가 있다.

◆부모는 코치다=아이들의 지적인 성장과 바람직한 행동형성에서 부모는 코치와 같다. 코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칭찬과 모델, 즉 본을 보여주는 것이다.

잘 한 것에 반응하지 않고 잘 못한 것에 인색하게 야단만 치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고 반항적이 되기 쉽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청소년기에 이르러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성격장애, 우울증, 행실장애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 모델 케이스로서 아이들에겐 공부만을 부추기면서 부모들은 노닥거리거나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면 나쁜 짓(?)도 마다 않는 비교육적인 방법을 강요하기보다는 공평한 칭찬과 꾸짖음, 생활의 모범이 될 수 있는 부모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아버지의 역할=부부가 맞벌이를 할 경우 아버지도 귀가 후 아이 돌보기나 집안일을 도우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아이가 크는 동안 가정이라는 울타리는'휴식의 공간'일 뿐 아니라'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곳','아이를 도와주는 곳'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자=아이들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은'동화'와'조절', 두 과정을 거치게 된다. 동화는 세상의 모든 것을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다. 갓난아기가 모든 걸 입으로 가져가서 빠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조절은 내가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것으로 인간 적응력의 99.9%는 조절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조르는 대로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는 부모는 아이가 조절을 통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수십만원짜리 장난감을 아무런 제재 없이 사다주면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가 되고 부모는 물주 혹은 봉이 돼 버린다.

◆문제 있는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먼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제 행동에 대해 부모들이 개입하는 목적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교정이다. 아이에게 부모의 분노나 스트레스 해소, 화풀이는 금물이다.

예를 들어 물건을 훔친 아이가 있다면 부모는 당황스럽고 부끄럽고 미안하고 장래도 걱정이 돼 심하게 꾸짖거나 그냥 모른 채 하는 두 가지 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부모는 어떤 액션을 취하기 앞서 아이에게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냥 훔친 물건값을 물어주고 주인에게 사과한 후 집에 돌아와 아이를 야단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정도는 행동교정에 별로 효과가 없다.

앞에 앉혀놓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다시 말하며 사과를 하게 해야 한다. 이 때 책임은 사과로서 끝내선 안 되고 금전적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용돈을 줄인다든가 다른 일거리로 메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하기위해 말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 나중에도 그 사실을 숙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소아정신과 서완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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