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쿠바

'카리브해의 흑진주에서 듣는 '꼬레아'

'카리브해의 진주', '북한을 제외한 마지막 공산 국가','헤밍웨이와 체 게바라의 나라','모두가 춤추는 나라'쿠바로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많은 수식어가 붙은 나라가 어떤 곳인지 느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공산국가라는 점이 나를 끌어당겼다. 생소한 만큼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비행기로 도착한 곳은 하바나에서 차량으로 2시간30분 거리의 베라데로 공항. 아름다운 여명이 밝아오자 이국적인 풍경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하바나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까삐똘리오(국회의사당)로 향했다. 그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넋을 잃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있다는 올드 하바나. 그리고 그 한가운데 위치한 까삐똘리오. 다 무너져 가는 고전양식의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까삐똘리오 맞은편의 프라도거리는 인파들로 가득찼다. 혹시나 해서 마음졸였던 보안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20미터 간격으로 경찰과 군인들이 빼곡히 서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쿠바는 주 수입원인 관광객들을 정부 차원에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역시 사람 사는 모습을 보기위해선 뒷골목으로 가야 한다. 프라도거리와 차이나타운을 지나 뒷골목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야구를 하는 아이들. 조심스레 다가가서"사진찍어 줄까?"라는 '바디 랭귀지'를 해보이자 웃으면서 모여든 친구들이 포즈를 취한다. 이렇게 환한 웃음을 본 것이 언제였던가 싶다. 이방인을 향해 이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이들은 천 조각들을 뭉쳐서 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맹점이랄까. 사실 이곳에서는 야구공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생필품이 절대 부족하다. 작은 비누, 화장품 샘플들을 가져가 몇 개 나눠 주었더니 연신"그라시에(감사하다는 말)~" 라며 웃는다.

뒷골목을 따라 가다 보니 어느 작은 광장앞에서 춤판이 벌어진다. 전통 타악기와 기타리듬이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 새 거리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런 광경은 골목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쿠바 사람들은 이렇게 모두가 미소를 짓고 춤을 추고 있는 걸까.

하바나는 크게 havana vieha(올드하바나), vedado(센트로하바나)로 나눠지는데 관광거리는 올드하바나에 집중돼있다. 이 올드하바나에선 현지인들이 이유있는(?) 친절을 베푼다. 우선"올라"라고 인사를 하고서는"하빤(일본)? 치노(중국)?"하면서 국적 확인에 들어간다. 그럴 때면 으레"요 꼬레아(나 한국인이야)"라고 한마디 하면 "오~ 꼬레아 베이스볼 남바완~"이라고 말하며 다가와서는 시가를 사달라거나 1달러를 구걸하기도 한다. 만일 그들이 꼬레아냐고 먼저 물어 봤으면 거래가 성사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시가를 사지 않는 것이 좋다. 정품 홀로그램이 붙어있고 본인이 영수증을 지니고 있는 경우만 시가를 국외로 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하빤? 치노?'라고 묻는 것은 그만큼 한국 관광객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길거리에서 가장 보기 흔한 자동차는 현대와 기아의 중·소형차들이다. 가전제품들도 한국산이 단연 많다. 한 레스토랑에서는'삼성의 냉장고에 식재료를 보관한다'며 신선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올드 하바나는 정말이지 사진기를 가만 놔둘 수 없을 정도로 멋있는 곳이다. 고풍스런 건물들과 파스텔톤의 건물들, 고풍스럽다고는 하지만 거의 다 무너져 가는 집들이 대부분이라 부서진 집들도 많다. 놀라운 것은 반쯤 부서진 집들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쿠바에서는 어디를 가나 '체 게바라'를 만날 수 있다. 화폐 속에서, 거리의 그래피티에서, 티셔츠에서도. 서방에 억압돼 착취받는 중남미 민중들을 위해 혁명을 일으킨 체 게바라, 그는 사후 40년이 지난 아직까지 모두에게 기억되고 존경받고 있는 듯 했다. 지난 2월 19일 사임을 발표한 피델 카스트로보다도 말이다.

뒷골목을 전전하다 보니 어느새 재래시장이다. 가판에 놓여진 과일들이 먹음직스럽다. 쿠바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모두 유기농이라고 한다. 사실 유기농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미국이 쿠바경제에 압력을 가하면서 농약을 구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시작이야 어찌됐건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기농 국가로 손꼽힌다.

저녁에는 쿠바 현지 친구가 소개해준 'Zorro de Cuervo'라는 재즈바에 갔다. 역시 재즈의 선진국다운 훌륭한 연주다. 이곳은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곳이란다. 공연 한시간 전에 이미 모든 자리가 찼다. 드럼·키보드·베이스·트럼펫·플룻·섹소폰을 기본 세션으로 연주하는 그들의 음악은 감동이라는 두 글자를 나의 가슴 속에 깊이 박아 주었다.

쿠바를 다녀온 사람들은 쿠바를'마약같이 중독성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나 역시 언젠가 다시 한번 더 오리라 결심하게 된다. 사람들의 웃음, 올드하바나의 아름다운 거리, 그리고 음악들, 보고들은 모든 것들이 당분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최준용(경북대 경영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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