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지역무시 오만한 한나라

한나라당의 4·9총선 대구경북지역 공천이 이번 주말로 연기된 뒤 기자는 지역 독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대구경북이 한나라당의 '텃밭 중의 텃밭'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대구경북사람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면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해서 변함없이 한나라당을 찍어줄 것으로 여기는 것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간판만 달면 당선된다는 생각으로 지역사정을 전혀 모르는 인사를 공천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면서 "공천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과 첫 내각 인선을 하면서 '베스트 중의 베스트'를 뽑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3명의 장관후보자가 낙마하는 인사파동으로 귀착됐다.

집권 여당으로 변신한 한나라당의 공천과정을 지켜보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이 대통령계나 박근혜 전 대표계라니 하는 '계파'가 없다면서도 실제로는 친이니 친박이니 하는 편 가르기가 일상화되어 있다.

대구는 한나라당의 텃밭인가, 도구인가. 정말 아끼는 텃밭 중의 텃밭이라면 늘 아끼면서 거름을 주고 보호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구경북이 높은 지지를 보낸다면 그에 대해 감사하고 보답하는 것이 마땅한데 배려는커녕 푸대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천 얘기로 돌아가자. 대구경북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지켜온 보루라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탄핵역풍 속에 치러진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켜준 곳은 대구경북이었다. 정치는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정치인 물갈이도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물갈이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지는 물갈이에 박수만 보낼 것이라는 기대는 더 이상 않는 것이 좋겠다. 물갈이는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지역을 잘살게 하는 최고의 인재를 뽑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지역 출신 출향인사가 지역인사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선거 때 잠시 유력자에게 줄을 대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가 4년간 여의도 주변만 맴돌다 사라지곤 하는 그런 정치인을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다. 지금 다시 그런 식의 공천행태가 나타날 기미를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낼까, 심판을 할까?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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