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러 직격탄' 비명 지르는 대구경북

기업들이 '악' 소리를 지르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와 가공, 수출을 하거나 내수로 돌리는 '부품·소재기업'이 대다수인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은 2년여만에 최고치인 98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로 인해 치명타를 입고 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

외환은행 대구 성서지점. 이 곳 역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11일 오후 한 철강업체 사람이 다녀갔다. 40만달러어치의 철강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가공을 한 뒤 이달 원자재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려하니 원달러 환율이 3%가량 순식간에 뛰어버린 것.

외환은행 대구 성서지점 우병호 팀장은 "갑자기 환율이 요동치는 바람에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들은 일단 외화대출을 한 뒤 3, 4개월 뒤에 원화로 대출금을 갚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수출입은행 대구지점 이성준 팀장은 "수백만달러의 원자재 대금을 결제해야하는 기업은 환율이 10원 왔다갔다할 때마다 재무구조에 큰 타격을 입는다"며 "더욱이 원자재 대금을 치르기 위해 준비했던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는 상당 기간 묻어 두고, 또다시 외화차입을 하면 금융비용이 그만큼 더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대동공업 어석원 총무팀장은 "최근 1, 2개월간 원자재 부담 비용이 10% 상승했는데 수출단가엔 반영되지 않아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뿐만 아니다. 해외유학 등이 늘면서 송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데 개인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대구은행 영업부에서 외화담당을 하는 장용호 과장은 "11일 외화송금을 하러 온 손님들이 '아이구, 환율이 이렇게 올랐나'라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했다"며 "다행히 월말 송금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나마 충격이 덜하다"고 했다.

◆일부 업종은 환영 분위기

지역 섬유업계는 환율 급등으로 다소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 환율을 930원대로 잡았는데 최근 9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수출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 원사값이 고유가 영향으로 계속 오르고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인해 20% 정도의 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섬유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환율강세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수년만에 증가한 섬유수출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희대 태광무역 대표는 "원사 등 원자재가격 상승폭 보다 환율인상 폭이 더 크기 때문에 수출업체로서는 호재"라고 말했다.

환율 급상승에 대해 구미공단 대부분 수출업체들도 반기고 있다. 삼성전자, LG 계열사들은 "최근 수출 물량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부품 수입을 감안하더라도 환율 상승은 호재"라는 입장이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 조사진흥부장은 "환율 상승은 전자 중심의 수출업체들에게 큰 덕이 되고 있다. 게다가 수출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여서 구미공단 대부분의 업체들은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환율, 더 오를까?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980.60원까지 급등한 뒤 전날보다 달러당 4.70원 상승한 9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간 무려 33.50원 급등하면서 2006년 4월3일 이후 1년11개월만에 970원대로 상승했다.

이날 원·엔 환율 역시 전날보다 100엔당 5.50원 급등한 951.40원을 기록했다. 2005년 3월30일 954.40원 이후 3년만에 최고 수준.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세계적 신용경색에 따른 달러화 매집세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면서 남긴 돈을 우리나라에서 빼 외국으로 보내는 것과 동시에 배당금까지 챙겨나가면서 달러는 더 귀해지고 있다. 또 수입물가 상승으로 달러가 모자란 것도 환율 상승 요인.

대구은행 외환딜링룸 이성우 부부장은 "미국 신용 위기가 심화된 가운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 미국 상황이 개선되어야 환율도 안정을 찾아갈 수 있는데 일단 '더 나빠지면 큰일난다'는 인식이 강한만큼 조만간 환율 급등세가 '전환점'을 찾은 뒤 안정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창희·이춘수·최경철·모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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