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8곳, 중량급 무소속 '벼른다'

지역 지지기반 탄탄 여론조사서 우세도…한나라 후보 전전긍긍

4·9 총선을 앞두고 경북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북 내 15개 선거구 중 상당수 선거구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중량급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 한나라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경북 석권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북의 경우 과거 여러 선거에서 한나라당 텃밭 정서가 깨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구와 달리 인구가 적은 지역이 많아 조직과 인맥이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 특성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경북의 23개 단체장 중 고령, 의성, 군위, 울릉군에서 무소속 단체장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 같은 무소속 바람이 경북에서 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중량급 무소속 인사들이 출전하거나 출전이 예상되는 지역은 김천, 안동, 구미을, 영주, 영천, 군위·의성·청송, 성주·고령·칠곡, 영양·영덕·울진·봉화 등 8개 선거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미을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김태환 의원이 1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구미을에서 공천을 받은 이재순 한나라당 후보가 지역 기반이 없는 전략공천 인물임을 지역에 집중 부각시키고, 친박 정서가 지신에게 쏠릴 경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안동은 김광림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무소속으로 지역을 훑고 있다. 한나라당이 공천 과정에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차관이 우세한 것으로 판단할 정도다. 한나라당 일부 선거 조직을 흡수하는 등 탄탄한 조직을 갖춘 김 전 차관에게 정치 신인인 허용범 한나라당 후보가 어느 정도 선전할지 관심사다.

김천 역시 한나라당이 공천심사를 위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무소속의 박팔용 전 김천시장 우세를 인정한 지역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임인배 의원이 불출마 선언 후 '친구'인 한나라당 후보인 이철우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적극 도울 경우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란 게 지역의 관측이다.

영주는 한나라당 후보인 장윤석 의원에 무소속의 권영창 전 영주시장이 도전장을 냈다. 권 전 시장의 경우 지난 5·31 지방선거 이후 꾸준히 지역을 관리해온데다 반(反)장윤석 정서의 지지도 상당수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천은 중량급 인사들이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김경원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최근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만나 무소속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간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총선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지역은 예상하고 있다.

군위·의성·청송은 정해걸 전 의성군수가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접전 예상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정 전 군수는 세차례 의성군수를 지내 지역에 적잖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의성과 군위에서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군수에 당선된 바 있다.

성주·고령·칠곡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인기 의원이 무소속 출마 선언 후 지역을 누비고 있다. 칠곡지역의 탄탄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성주·고령에 세 확대를 노리고 있는 이 의원에게 석호익 한나라당 후보가 한나라당 정서를 어떻게 활용해 선거전에 나설지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영양·영덕·봉화·울진은 '김중권' 복병이 등장했다.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9일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강석호 한나라당 후보와의 한판 승부에 돌입할 예정이다. 울진과 영덕에서 세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실장은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기반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선거의 승부처는 무소속 출마자 간의 후보 단일화 여부. 김 전 실장 등 무소속 출마 예상자 간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접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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