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10억원에 미분양 아파트 5채'.
대구 인근 지역에서 레미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C씨의 지난해 회사 경영 성적표다.
"레미콘 차가 공장에서 출발하는 순간 바로 적자가 발생합니다. 공사 물량은 갈수록 줄고 그마나 어렵게 따낸 물량은 납품을 하면 바로 적자로 돌아오니 미친 짓 하고 있는거죠"
지난해 전체 매출액이 80억원인 C씨는 신일 부도로 3억원 가량의 피해를 본데다 원가를 밑도는 적자 공급으로 7억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또 전체 매출 중 20억원 상당은 현금 결제 대신 미분양 아파트 5채와 상가 1채를 대물로 받았다.
"대물로 받은 아파트는 모두 팔리지 않는 악성 중대형들로 3천만~5천만원 이상씩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있으니 여기서도 최소 1억5천만원 적자가 발생한 셈"이라고 밝힌 C씨는 "시장 침체로 분양권이 팔리지도 않으니 아예 현금화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부 대형 레미콘 업체들의 경우는 대물로 미분양 아파트 40채를 보유한 곳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지난해보다 올해가 C씨로서는 더욱 견디기 힘든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시멘트값 폭등에다 모래와 골재까지 오른데다 원유값 상승으로 물류비도 하루가 다르게 부담이 늘고 있는 탓이다.
C씨는 "지난해 1t당 5만원 하던 시멘트는 6만2천원이 됐고 모래도 t당 8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올랐다"며 "기름값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지만 미분양으로 경영난을 겪는 시공사들은 납품 단가 인상을 거부하고 있어 올들어서는 레미콘 한 트럭당 적자가 4만~5만원선에 이른다"고 하소연했다.
하루 평균 출고되는 레미콘 트럭이 150여대 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만 600만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물량 확보에 나섰지만 요즘은 물량 확보가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올들어서만 누적 적자가 2억~3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C씨는 "40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데리고 회사를 꾸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고 말했다.
이미 직원들의 임금은 경영 악화로 지난 3년째 동결된 상태. 이로 인해 레미콘 업체 전체적으로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특히 C씨는 대구 지역 레미콘 업체들의 경영 상황이 전국적으로 가장 열악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업체들이 몇년전부터 덤핑 경쟁을 벌인 탓에 시장 가격이 레미콘 조합 권장 가격의 70%를 조금 넘는다"며 "여기에다 지난해 이후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35개에 이르는 대구권내 레미콘 업체 모두가 거의 경영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8일 전국 레미콘 및 아스콘 업체들은 서울에서 집회를 갖고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진데 이어 19일부터 무기업 조업 중단에 돌입했다.
대구경북 지역도 이날부터 부분적으로 조업 중단에 들어갔으며 가격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업 중단에 동참하는 업체들이 늘 것으로 보여, 건설 현장마다 공사 중단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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