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쉽고 빠른 길만 선택하려 한다. 글씨가 빼곡한 책보다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만화나 수고하지 않고도 보아 넘길 수 있는 영상매체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영상매체, 그건 속도의 바로미터를 나타내는 매체이다. 이전의 만화영화들을 만들려면 만화를 순서대로 그려서 1초당 23개의 그림을 이어서 촬영해야 움직이는 그림이 된다고 들었다. 이에 비해 지금의 컴퓨터 게임이나 영상매체의 화면은 그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진행된다. 그 빠름과 빠름의 연속은 우리에게서 생각의 공간을 앗아가고 급하게 만들어갈 뿐이다. 필자가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이유는 청소년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좀 더 인생에 대한 사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독서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경주에 있는 한 대학에서는 독서 장려를 위해 전국고교생을 대상으로 독서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전국 36개 고교에서 모두 1천10편의 작품을 응모했다. 그런데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공모 작품 대부분이 인터넷 독후감 수행평가 사이트 등에서 베끼거나 짜깁기한 글이었던 것이다.
당시 한 심사위원은 "독후감 수상작을 선정하는 심사라기보다는 수사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응모 편수가 많았던 이유는 전국규모의 독후감대회에서 입상을 하게 되면 그 경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독서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들의 모든 관심은 대학에 가기 위한 성적에만 머물러 있다.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인생의 여정에서 대학이란 잠시 스쳐가는 과정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일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다. 청소년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청소년들에게 인생이란 말은 어쩌면 어려운 말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일상자체가 인생이다. 이제 그들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다가올 삶에 대비하기 위해, 불과 몇인치 안 되는 컴퓨터 화면에 몰두하기보다는 넓고 넓은 꿈의 영역을 책에서 발견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어른들 또한 아이들에게 지식만을 넣어주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우리 이후에 그 누군가를 의지하지 않고도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을 하는 어른들이었으면 한다. 아마도 그 훌륭한 출발점은 좋은 책 한 권을 먼저 읽은 후 사랑하는 아이에게 그 책을 권하는 멋진 엄마나 아빠가 되어보는 일이 아닐까!
채승규(교보문고 대구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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