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염쟁이 유氏'는 평생 주검 닦는 일을 해온 염쟁이 유씨가 마지막 염하는 날 풀어내는 이야기다. 염하는 과정을 씨줄로 하고, 대대로 염쟁이 일을 해온 자신의 집안사, 사람살이를 날줄로 엮고 있다.
이 연극은 충북 청주 연극배우 유순웅의 1인극이다. 2006년 서울연극제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진출한 첫 연극이기도 하다.
제목이 주는 무거운 선입견은 공연 시작과 함께 씻은 듯 사라진다. 인기 비결은 유머와 소통이다. 유씨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관객에게 소주 한잔과 멸치 한마리를 권하고, 무대에서 연기를 시키기도 한다. 수시로 객석의 조명은 밝아지고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무대와 객석, 배우과 관객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관객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즐겁게 참여한다.
배우 유순웅의 열정과 놀라운 연기력, 시종일관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무대…. 한 염쟁이의 소박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는 청주에서 출발, 서울을 지나 입소문을 타고 이제 대구를 향하고 있다.
연극 '염쟁이 유氏'는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우습고도 진지한 연극인 것이다.
산사람도 우습게 여기는 세상에서 죽은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염쟁이. 그 염쟁이의 입을 빌어 피할 수 없는 고민 한가지를 같이 풀어 가는 것이다.
고민의 출발점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이다. 염쟁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질문은 '삶의 유한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삶과 죽음은 서로의 이면이자 마주 선 거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극 '염쟁이 유氏'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며 삶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염쟁이 유氏'는 1인극이다. 그러나 15명이 등장한다. 염쟁이 유씨, 조직폭력단의 우두머리와 그의 부하들, 장례 전문 업체의 대표이사인 장사치, 유씨의 아버지와 아들, 기자, 어떤 부자와 그의 큰아들, 작은 아들, 며느리, 막내딸…. 이 인물들은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배우 유순웅이 이들을 연기한다.
'염쟁이 유氏'의 또 다른 특징은 유쾌한 삶을 위한 죽음의 난장이라는 점이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죽음이 이 연극에서는 삶의 당연한 과정으로 다루어진다. 더불어 갖가지 형태의 죽음이 재기 발랄한 대사로 파노라마 형식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바탕 신나게 웃고 나면 삶이 더욱 즐거워진다.
'염쟁이 유氏'는 2년 연속 쉬지않고 공연되고 있다. 모노드라마로는 보기 드문 경우다. 배우 유순웅은 관객들의 열화 같은 호응에 지치지도 않는다.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관객을 향해 말한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이 연극이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직접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연정보=27일(목)∼4월 27일(일)까지. 평일 8시, 토요일 4시와 7시. 일요일 4시(월요일 공연 없음)/문화예술전용극장 CT/일반 2만5천원, 청소년 1만2천원/053)256-0369.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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