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명숙의 요리 테라피]요리하며 마음의 문 열어요

요리는 가정에서 흔히 할 수 있으며, 쉽게 접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 중의 하나인데도 주부의 특권(?), 또는 어른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유행중인 아동요리나 요리치료는 분명 아동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치료 또한 장애아동을 주대상으로 행해진다. 그러나 이런 요리활동은 유'아동기에만 잠시 학습처럼 이뤄지고 있을 뿐 교육효과가 높은 청소년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요리가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청소년기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학교 조리실을 치료의 장으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1970,80년대에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조리실에서의 요리활동을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모둠으로 요리를 해 나눠먹기도 했지만 사춘기의 풋풋한 가슴으로 열심히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선생님께 드리려고 교무실 앞에서 기웃거리던 아련한 추억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1년 내내 이용하지 않는 조리실에다 교실 부족으로 조리실도 없는 곳이 많을 뿐 아니라 간혹 교과과정에 따라 가사시간에 만들 요리도 부모가 다 만들어주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먹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조리실에서 아이들이 재료를 다듬고, 만드는 과정에서 수고로움을 알아가고, 설거지로 마무리도 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친구 또는 선생님을 위해 요리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요리활동이 단순하게 먹고 배불리는 기본적인 욕구만을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고 가까운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인성'을 다듬어 갈 수 있는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

특히 청소년기 자녀와의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할 경우 자녀들은 식상해하고 심지어는 분노하며, 다른 방식(인터넷 중독 등)으로의 소통을 찾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자녀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 전에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정에서 간단한 요리활동으로 가족간 대화, 자녀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자녀를 배려하는 목소리로 부드럽게 부모의 마음을 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자녀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 수 있다.

청소년기에 할 수 있는 요리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돼야 할까? 청소년기에는 꿈과 비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완성된 요리작품을 보고 현재와 미래를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리실에서 학생들의 요리활동이 즐겁고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요리치료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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