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 & 피플]김춘선 대구시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우리 아이 UN 사무총장 만들기'출간

"요즘 나오는 영어회화책은 전공자가 봐도 너무 어려워요.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어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최근'우리 아이 UN 사무총장 만들기(공경원 펴냄)'를 출간한 김춘선(57) 대구시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는 "생활의 적재적소에 사용할 만한 짧고 간단한 표현을 통해 영어회화의 자신감을 붙이기 위해 생활영어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낸 책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쉬운'영어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 회화 표현이 지겨워질만 하면'전화번호 읽는 법','영어노래','가족관계'등 짤막한 읽을거리가 등장한다. 이는 김 연구사가 30년 영어교육 현장에서 느낀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대학 입시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수준이 높아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이해위주 문장이 대부분 이거든요. 표현하는 영어와는 맞지 않는 이유입니다."우리나라에서 10년 동안 공부해도 영어회화가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10년 전부터 주장, 몸소 실천해 왔다. 1996년 미국 유학에서 받은 충격이 계기가 됐다."20년 동안 무사안일하게 안주해있던 제게 큰 자극이 됐어요. 문법 위주, 입시 위주로만 영어를 가르쳤다는 자괴감이 밀려왔어요. 그 후 수업을 영어로 진행했죠."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한다니,'별스럽다'는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우리말로 하는 것 보다 표현의 제약이 있어 불편하기도 했어요. 학생들도 처음엔 싫어했죠." 하지만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학생들끼리도 영어를 툭 뱉어내기 시작하더니, 2학기쯤 되니 두려움 없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된 것.

"대학에 진학한 제자들이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하곤 해요. 제자들 중 영어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 외국에 나가 정착한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영어의 물꼬를 터주었구나, 하는 보람이 크죠."

그는 2001년'콩글리쉬라도 좋다 말문부터 트고 보자(창 펴냄)'에서 영어교육의 과정과 성과를 기록하는 한편 교육현장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17대 정부가 내놓은 영어교육 방안이 당시 그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영어수업은 영어로 하는 방안은 물론 영어등급제까지. 당시로선 획기적인 방안들을 제안한 바 있다. 1999년 대통령으로부터 '최초의 신지식인 교사'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수준별 수업도 강조했다. 문법·영작문·회화·독해 등을 따로 구분해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이번 책'우리 아이 UN 사무총장 만들기'에선'가족 영어'를 강조한다. 가족끼리 영어로 이야기하는 연습을 통해 겁내지 않고 영어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 쉬운 영어회화로 영어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 보스턴 의과대를 졸업한 큰 아들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우리가 어릴 때 집에서 간단한 영어를 생활화하면서 익힌 것이 유학생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 연구사는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영어교육 현장에도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어교사들에게도 당부한다."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자존심을 버리고 인내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처음 영어로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의 반응이 바로 나타나지 않죠. 그렇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학생들과 쉬운 영어를 해가다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 결국은 두려운 영어회화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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