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품 고급화로 승부…부활 기지개 대구 섬유·안경테

섬유와 안경테 산업은 대구의 전통산업이자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었지만 기술력 부족과 중국, 동남아국가들간의 가격경쟁력에 뒤떨어지면서 급격히 쇠락해갔다.

그러나 최근 이 두 산업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중국 등 경쟁국들 제품에 실망한 바이어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부활의 현장

올해 20%의 매출증가를 기대하고 있는 대구성서공단의 섬유업체 (주)원창.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매출이 정체됐을 때 이 업체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구지역 업체 대부분이 서울지역 원단거래상을 통한 하청생산에 주력한 반면 이 업체는 해외 직수출시장을 개척했다. 이익금 대부분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 뒤 2년 정도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서서히 결실을 거두고 있다. 5년전 내수와 직수출 비중이 8대 2였지만 현재는 6대4로 역전됐다. 과감한 설비투자도 매출을 높인 '효자'였다. 외환위기 뒤 10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시설을 갖춰 현장인력은 관리·영업직으로 배치시켰다. 채영백 대표는 "원자재가 폭등과 고유가가 우려되지만 중국과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한다면 지역 섬유산업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 왜관의 덕우실업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30% 증가했다. 꾸준하게 연구개발에 주력한 결과다. 이 업체는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개발을 위해 지역 섬유연구소와 공동사업을 꾸준하게 펼쳤다.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최근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 수출이 15% 늘었고 내수도 15% 증가했다. 무엇보다 중국에 빼앗겼던 바이어들이 다시 'U턴'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 제품의 고급화와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테업체인 까모패션에는 최근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동남아지역 바이어들이 잇따라 연락해오고 있다. 예전엔 안경테 가격이 10달러선이라고 요구하면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던 바이어들이었다. 권영덕 대표는 "한국산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에서 유럽과 동등한 수준"이라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면 수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훈성산업도 요즘 신바람이 난다.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업체는 최근 환율이 오르는 데다 스웨덴과 중동지역 바이어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선 대표는 "중국에서 인건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지역 업체로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 이어갈까

고유가,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역 섬유업계는 올해 섬유류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등 경쟁국가들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수출회복의 기대심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대구경북지역 대미 전체 섬유류 수출액은 5천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중국으로 눈을 돌렸던 바이어들이 한국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국의 품질이 떨어지는 데다 납기 등 신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고유가로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는 중동지역 물량도 느는 추세다. 중동시장은 예전엔 일본이 거의 석권하고 있었지만 최근 대구지역 업체들이 기술수준을 높인 까닭에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최근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당분간 수출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공장가동율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의 지난해 가동률은 81.5%로 전년도 80.9%보다 0.6% 포인트 늘었다. 올해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안경테산업의 경우 올들어 수출이 늘어난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이 인건비상승, 노동법 강화 등으로 가격이 비싸지면서 해외바이어들이 잇따라 돌아오는 데다 지역 업체들이 디자인개발 등 투자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2004년 건립된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가 업체에 대한 기술개발, 연구사업, 시제품제작, 금형설계 등을 지원하고 디자인인력을 양성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섬유산업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전환문제가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대구지역에는 워터제트직기가 가장 많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짜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양한 직물과 고급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에어제트나 래피어직기로의 설비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장원규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부장은 "중국으로 갔던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수출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고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테의 경우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디자인능력이 유럽지역에 비해 떨어지고 세계적인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종식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사업단장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육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여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