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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기행]'라비올라'(대구 수성구 만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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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보라빛 잔에 여유 한 잔 "어때요?"

대구 수성구 만촌동 효목도서관을 끼고 서쪽에 위치한 '라비올라'(1380번지, 755-4774)는 에스프레소 커피와 흔히들 스파게티라고 하는 파스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메뉴판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표기해뒀을 정도로 이태리가 본고장인 파스타를 간판 메뉴로 들고 있다.

효목도서관 뒤로 나있는 5m 넓이의 골목길을 따라 100m쯤에 아이보리색 외장을 한 4층 건물 1층에 작은 글씨 'Laviola'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이태리어인 'La viola'는 '우아한(고급스러운) 보라색'이란 뜻이다. 주인 이지민(28)씨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깔이라서 브랜드로 선택했다는 것.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겨울이다. 체육공원을 거닐다가 예쁜 글씨의 카페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됐고 이곳에서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우유로 거품을 낸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들렀던 곳이다. 그후 몇차례 찾으면서 스파게티 전문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0일 오후 들른 이곳은 여느 때처럼 주부들이 홀 구석에 널따랗게 자리를 잡고, 유쾌하게 웃으며, 흥겨워하는 모습에서 여유와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카페가 그렇듯이 카페는 집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온기를 제공해주고 조용한 분위기로 찾아온 사람들이 사색의 강을 떠 다니도록 만든다. 카페를 자주 찾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손님으로 온 사람들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라비올라 바로 앞 도서관 부지 내에 버티고 서 있는 커다란 아름드리 느티나무의 가지가 가게 앞까지 뻗어 나와 벌써부터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내부엔 네모의 테이블 15개가 놓여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주부들로 점심 때는 식사, 오후 시간대에는 커피 등 음료를 즐겨 먹고 마신다. 인접해 3천여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 메트로팔레스가 위치하고 있어 주부들의 아늑한 대화 공간 기능을 하기에 제격이다. 처음엔 테라스를 넓게 뒀으나 단체 손님들이 찾는 등으로 실내가 좁아 테라스 공간을 줄여 테라스(테이블 두 개에 8명가량 앉을 수 있는 곳)는 이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효목도서관 뒷길을 거닐다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표시는 테라스와 가게 앞에 세워진 빨간색 우산 3개. 더울 때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또 이 집의 심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스파게티 전문점답게 해산물스파게티(1만3천원), 치즈와 버섯 향으로 맛을 낸 풍기파스타(1만2천원) 등 15종의 스파게티를 선보이고 있다. 음식 값이 비싸다 싶지만 식사를 하고나면 아메리카노 스타일이든 크림이나 초코'우유 등을 얹은 커피든 커피류를 디저트를 제공하는 메리트가 있다.

이 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내부인테리어 중 건축용 철근으로 거치대를 만들고 두꺼운 강화유리로 장을 짠 6단의 와인 저장고. 들어서자마자 정면의 주방과 커피바 왼쪽에 폭 2m로 바닥에서 천정까지 이어진 유리 상자는 거대한 와인 저장고처럼 보인다. 디스플레이를 많이 해뒀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품목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구미에서 커피전문점을 하다가 지난해 7월 이 공간을 임차, 스파게티와 커피전문점으로 문을 열었다"는 주인에게 물었다. 취급 와인의 생산국과 가격대에 대해…, 이테리'프랑스 등 유럽와인에다 칠레산까지 갖추고 가격대는 1병에 2~4만원대 위주로 구성했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한 가지는 1970년대 담장이나 시멘트 슬래브형 집을 지을 때 주로 사용했던 구멍난 시멘트블록을 주방과 바 사이에 쌓아 인테리어 효과를 누렸다는 것. 블록과 철근, 돌, 목재 등을 주로 사용해 벽을 장식하고 검은색 원목마루를 깔아 전체 분위기가 차분하면서도 심플한 것이 오래 앉아있거나 자주 찾아도 싫증나지 않은 이유인 듯 하다.

아파트단지와 도서관, 그리고 체육공원, 초등학교 등을 끼고 있는 입지적 특성 때문인지 커피와 식사를 하는 손님 위주로 단골층이 두텁다는 게 주인의 얘기다. 20여종의 커피(4천원~6천원대)와 홍차 등 차류를 취급하고 있다.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30분에 문 닫는 이곳은 점심 때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 친구와 함께 에스프레소 커피, 정확히는 아메리카노 2잔과 마늘향의 바게트에 토마토바질소스로 맛을 낸 '브르스케타(4천원)'를 시켜 먹은 뒤 1만4천원을 내고 문을 나서자 도서관과 인근 체육공원 어디선가에서 진한 라일락 꽃향기가 코를 찔렀다.

만약 이곳을 찾는다면 산책하듯이 체육공원으로 해서 도서관 앞 광장 등을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주변 자연환경이 좋다. 도시에서 자동차로 드라이브 하는 것보다 산책의 기쁨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던 숨겨둔 장소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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