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가장 큰 본능적 욕망을 식욕'성욕이라고들 하지만 어떤 점에선 이들 욕망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게 있다. 바로 수면욕이다. 흔히 고문 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잠고문이라고 한다. 천근만근 내려 덮이는 눈꺼풀의 무게를 이겨낼 장사가 없다. 며칠씩 잠을 한숨도 못 자게 억압한다면 거의 실성 지경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혹한 속에 얼어 죽는 사람도 결국 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그러기에 불교에서도 三欲(삼욕)으로 식욕'성욕과 함께 수면욕을 꼽고, 나아가 五欲樂(오욕락)으로 수면욕'재물욕'명예욕을 포함시키고 있다.
잠은 그만큼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 현대인은 하루 6~8시간은 자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통설이다. 그러나 이 정도 분량의 잠을 잔다는 것이 갈수록 쉽지 않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지난 40년간 사람들의 수면시간이 평균 하루 1시간 정도 줄었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한다.
우리 사회만 해도 24시간 운영되는 생산시설 및 서비스업 증가, 자꾸만 업무 강도가 높아가는 직장, 치열한 경쟁, 복잡한 인간관계, 쌓이는 스트레스…. 게다가 대입 장정에 허덕이는 청소년들은 일상적인 수면 부족 현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물론 고교 시절 이후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체질적인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형'이야 별 문제 없겠지만 하루 8시간 이상 자야 하는 '롱 슬리퍼(long sleeper)형'에게 수면 부족이란 고문과도 같지 않을까.
잠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 문제도 심각하다. 대한수면연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꼴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밤을 잠 못 이루며 전전반측하는 인구가 이토록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비단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하다. 이에 따라 베개 등 침구를 이용해 잠을 잘 자도록 돕는 세칭 '숙면산업'이 활황세를 띠고 있기도 하다.
단잠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건강하다는 바로미터다. 불면의 밤이 계속된다는 건 어디엔가 문제가 생겼음을 말해준다. 수면 부족은 당뇨병, 혈압, 비만, 우울증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잠이 부러움의 대상이자 축복이 된 시대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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