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옥수수 5만t을 지원하기 위해 북측에 실무접촉을 제의했다고 한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어제 언론 브리핑에서 약 3주 전 북측에 이를 제안했으나 아직 아무런 대응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선 요청 후 지원' 원칙을 깨고 먼저 식량 지원을 제의한 것은 북'미관계 진전 등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궁색해질 입지를 고려한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옥수수 지원 제안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조금이나마 풀어보자는 고육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원하겠다고 해서 북측이 덥석 집을 국면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헛걸음이 될 공산이 크다. 북측의 공연한 트집에 명분만 실어주고 정부가 들 낯이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북측의 식량 위기에 대해 "아직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해놓고 이미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다.
인도적 지원을 외면하기 힘들고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차라리 직접 접촉보다 우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0만t의 식량을 지원키로 한 미국도 10만t은 직접 전달하고 나머지 40만t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김 장관이 "북측이 계속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WFP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남북관계가 뒤틀린 상황일수록 실효성 없는 제안이나 섣부른 정책적 행보는 바람직하지 않다. 관계 개선의 여건이 바뀔 때까지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북 식량 지원에 있어 시기도 중요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일관된 정책이다. 조급하게 서둘다 제 발등 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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