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은 한국의 명산입니다. 장중한 팔공산이 엄한 아버지의 모습이라면 비슬산은 한없이 너그러운 아버지의 품을 떠올리게 하죠."
비사모(비슬산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비슬산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2002년부터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모임은 정태원(54)씨에 의해 탄생했다. 정씨는 지난 30년을 산 속에 파묻혀 지낸 '산쟁이'. "산이 좋아 전국의 명산이라면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지만 비슬산 만큼 좋은 산도 드뭅니다. 비슬산이 너무 좋아 용연사 길목에 카페를 열었고, 카페를 찾아오는 산 손님들과 함께 비사모를 발족했죠."
정씨를 비롯한 비사모 회원들을 안타깝게 하는 건 대구는 물론 한국의 명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비슬산이 다른 산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는 것. "교통편이 불편하기 때문이죠. 산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하루 왕복 3회에 불과합니다. 버스를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게 해야 합니다. 달성 가창면 정대리까지만 운행하는 대구 시내버스를 헐티재 너머까지만 연장해도 지금 보다는 훨씬 나아지겠죠." 정씨는 "다른 산에 비해 때가 덜 묻은 비슬산은 자연 그대로의 산으로, 가창댐에서 비슬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봄'여름'가을'겨울 내내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라며 "비슬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묻어두기만 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10여명이 비슬산을 보존하고 가꾸는 지킴이들로 나서 어느덧 100명 가까이 회원 수가 불어난 비사모는 태풍 매미로 토사가 쓸려나간 비슬산 곳곳에 나무를 심고, 행락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펴고 , 매년 4월 '비슬산 참꽃축제'가 열릴 때면 산의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도 꼬박 열고 있다.
회원들은 비슬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산행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매달 한번씩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기 산행만 벌써 45차례. 올해만 해도 충청'전라'경상도 등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을 시작으로 지리산 뱀사골 눈 산행, 대금산 꽃놀이 산행 등을 했다.
회원들은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매년 정기적으로 음악회, 시낭송회를 열어 온 것. 정태원씨가 용연사 길목에 연 카페, '둥지'는 이런 문화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비사모 회원들의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daegyunbong)에도 웃음과 감동이 묻어나는 좋은 글들이 넘쳐나고, 음악'영화 자료들이 가득하다.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동희씨는 "'한여름밤의 축제',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이름으로 음악회를 열고 회원과 가족'지인들을 초청해 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비슬산=대구 달성과 경북 청도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최고봉은 해발 1천84m의 대견봉으로,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해 '비슬'이란 이름이 붙었다. 남쪽으로 조화봉'관기봉과 이어지며, 유가사 쪽에서 올려다 보면 정상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바위능선이 우뚝 솟아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경치가 아름답고 봄철에는 철쭉'진달래, 가을에는 억새 군락이 볼 만하다. 스님바위'코끼리바위'형제바위 등 이름난 바위와 달성 옥포면 용연사를 비롯한 전통 사찰들이 많다. 특히 용연사 경내의 석조계단과 대견사지 삼층석탑이 유명하며 냉천계곡'천명'장군수 등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도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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