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 쓰면 '웃고' 못 쓰면 '울고'…생활속의 毒

지난 4월 27일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세워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50·이비인후과 의사)·박모(48·골프의류 판매업)씨 사건은 여러 의문을 남겼다. 박씨의 구토물과 위에서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된 것. 테트로도톡신은 복어 독의 성분이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김씨가 사건 사흘 전에 중국 다롄의 약품취급회사 직원에게 500만원을 주고 테트로도톡신을 산 사실을 밝혀냈다. 생활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독에 대해 알아봤다.

◆생활 주변에 가득한 毒

복어 독은 알과 내장에 특히 많이 함유돼 있다. 테트로도톡신이 인체내 신경전달물질이 통과하는 나트륨 이온 채널을 막아버려 호흡마비를 불러 일으킨다. 테트로도톡신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1천배. 단 1㎎이면 성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뱀독도 맹독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내륙 타이판 독사'(Fierce snake)가 한 번 물 때 나오는 독은 사람 100명(생쥐 2만5천마리)을 죽일 정도다. 인도 코브라의 독보다 무려 750배나 강하다.

뱀독은 신경독과 용혈독의 두 종류로 나뉜다. 신경독은 신경을 마비시켜 호흡 곤란이나 심장 마비, 혼수상태 등을 일으킨다. 신경독은 용혈독보다 빠르게 작용한다. 코브라 독이 대표적인 신경독이다. 용혈독은 혈액에 작용한다. 피의 응고를 방해하고 혈관 내벽이나 적혈구, 조직세포 등을 파괴해 내출혈을 일으킨다. 국내의 대표적인 독사(살모사·까치 살모사·불독사)와 방울뱀의 독이 용혈독이다.

독버섯은 버섯 채취 시기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독버섯을 먹으면 종류에 따라 20분~10시간 사이에 증상이 나타난다. 버섯에 따라 성분도 달라서 먹었을 때의 증상도 달라진다. 유형별 증세로는 ▷속이 메스껍고 구토·설사 등을 하거나(위장염형) ▷설사로 인한 탈수증이 생기며(콜레라형) ▷땀·침을 많이 흘리고 시력이 약해지거나 불안 상태에서 의식을 잃는 증세(신경형)가 있다. 독버섯을 먹으면 발병 12시간 뒤에 증세가 호전되지만, 심한 탈수증이나 쇼크 등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

사약은 한약재로 열을 돋우는데 쓰이는 부자(附子)나 초오(草烏)가 주성분이다. 독성과 열성이 매우 강해서 한방에서는 감초 등과 공용하며 절대로 단독으로는 쓰지 못하게 한다. 주성분인 아코니틴이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독도 잘 쓰면 이로운 藥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테트로도톡신은 마취제로 쓰인다. 암세포 파괴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뱀독도 약으로 쓰인다. 뱀독의 성분을 이용한 신약 개발은 ▷혈액 응고 방지물질 ▷심장마비·뇌졸중 예방약 ▷항암제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살모사 독에서 추출한 '삭사틸린'(saxatilin)은 동물 실험을 통해 암 전이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폐암, 대장암, 흑색종양 전이에 특히 효과가 있다. 인체에 해가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

한방에서 부자는 '양기(陽氣)를 돋우고 신(腎)을 따뜻하게 한다'는 이유로 약으로 쓰인다. 극도로 쇠퇴한 신진대사를 회복시키며 냉·오한·마비·신경통·류머티즘관절염 등에 쓰인다. 벌의 독(蜂毒)이나 보톡스도 독이 이롭게 쓰이는 사례다. 16세기 스위스의 의학자 파라셀수스(1493~1541)는 "독성이 없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약이냐 치료약이냐 차이는 용량"이라고 설파했다. 독의 효능과 약의 폐해를 제대로 꿰뚫어 본 혜안이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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