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의학전문대학원 수도권 이전 갈등 왜?

동국대·경주시 소통 부족했다

"동국대가 좀 더 지역발전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할 만큼 하고 있다. 다른 자치단체처럼 경주시가 좀 더 열려야 한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계자와 경주시청 간부들은 자주 이런 상반된 주장을 한다. 양측의 이런 생각 차는 꽤 오래된 것으로, 이런 갈등 관계는 지역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최근 동국대가 경주캠퍼스 몫으로 받은 의학전문대학원 수도권 이전을 검토한 것도 보이지 않는 갈등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경주시와 동국대의 소통 부족은 경주캠퍼스 앞 석장동에 가보면 한눈에 들어온다. 대학촌인 이곳에는 제대로 도시계획이 된 도로가 없다. 도로 구조가 마치 미로를 보는 듯하다.

동국대 측은 "환경개선을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시청은 묵묵부답"이라며 "오히려 통근버스 운행에 제동을 거는 등 시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시도 할 말이 적잖은 듯하다. 동국대가 경주캠퍼스 투자에 소홀하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몫을 다하지 못했다고 불만이다. 시는 단적인 사례로 경주병원의 열악한 시설을 꼽고 있다.

그나마 경주출신 손동진 교수가 경주캠퍼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소원했던 관계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이전과 별반 차이는 없다.

이 와중에 경주캠퍼스 의학전문대학원의 수도권 이전설이 불거졌고, 결국 백상승 시장이 오영교 동국대 총장을 항의 방문하는 사태로까지 비화돼 다시 냉랭해졌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자치단체와 대학은 서로 보완시스템으로 가야 양측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주시가 좀 더 열려야 한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많다.

실제 경주시와 동국대 간 소통 부족은 포항시와 포스텍(포항공대)간에 밀어주고 당겨주는 시스템과 너무나 대비된다. 포항 경우 포스텍 캠퍼스를 중심으로 포항시가 조성한 테크노파크 1, 2단지가 들어서고 지능로봇연구소, 철강대학원, 풍력대학원 등 포항시가 지원하고 있는 첨단 부분 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포항시는 또 포스텍이 포항의 장래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판단 아래 건당 수백억 원 씩 들어가는 사업 계획을 여러 건 구상 중이다.

동국대가 이번에 의학전문대학원을 경주에 두겠다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경기도 일산에 추진 중인 의생명과학단지가 완성되면 언제든지 뇌관이 될 수 있다. 이전을 재추진할 수도 있고, 성사가 어려울 경우 명칭만 경주에 두고 학생들의 수업을 경기도 일산에서 할 수도 있다는 것. 경주시가 동국대 쪽으로 더 다가서야 하는 이유다.

또 경주캠퍼스 재학생 1만2천여 명을 비롯 경주병원과 대학 임직원, 가족까지 합하면 무려 1만5천여명이 경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도 자치행정을 해야 하는 경주시가 고려해야 할 일이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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